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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봄날에 만나자고,

사람들은 말한다.

따뜻한 햇살과

연둣빛 바람 사이에서

우리가 다시 마주치길 바란다고.


그 말이

이제는

너무 잔인하다.


나는 아직 겨울이다.

정확히는

계절 없는 방 안에 있다.

기계음 속에 누운 채,

약물과 무력 속에,

멈춘 시간 속에 있다.


“혹시나 내가 널 못 알아봐도,

나를 찾아줘.”

그 말이

이토록 슬픈 건,

나는 이미

나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봄도

내게 오지 않았다.

아니,

나는 봄을 기다릴 수 없다.

기다릴 마음도,

기다릴 이유도

모두 고장 나버렸다.


세상은 말한다.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고.

하지만

그건 그들의 시간이고,

나는 이미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있다.


그래서 부탁한다.

정말 그날이 온다면

네가 먼저 날 찾아줘.

나는…

너를 기다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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