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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달빛에 물든 밤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낙산공원
낙산공원



그 밤은 고요하고, 서늘했다. 도시의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였고, 나는 낙산공원의 어둠 속을 걸었다. 손끝을 스치는 바람이 가볍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밤을 품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하늘을 담았다. 달이 밝았고, 별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셔터를 누르기 전, 옆 벤치에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보던 길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묘하게도 오래전 나와 함께 별을 보던 이들의 시선과 겹쳐졌다. 나는 그때 내가 알고 지냈던 모든 사람들의 안부를 떠올렸다. 어디선가 나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혹은 그때처럼 또 무용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


달이 둥글게 떠오르고, 별들이 빛나는 이 밤은 마치 어딘가의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그늘진 길목들은 적당한 어둠을 품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은 지금도 이곳에 남아 있었다.


나는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또 한 장. 이 순간이 영원히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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