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법치주의를 이루는 근간은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다. 모든 죄는 법정에서 다루어지며, 그 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오직 증거만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해집단들이 여론을 조성하며 마녀사냥을 벌이고, 언론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펜으로 무자비한 낙인을 찍는다. 또한, 법원의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2차 피해 역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피해자의 인권이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음에도 법이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한 원칙과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최근 한 배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약 3년 전, 그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강남 일대의 가로수와 변압기를 파손하는 사고를 냈다. 이후 법적 절차를 거쳐 피해를 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상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소속사가 부담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으로 인해 약 7억 원의 채무가 발생했다. 이후 소속사와의 재계약이 불발되었고,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치명적으로 손상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시도했으나, 악성 댓글과 언론 보도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졌고, 결국 개명까지 해야 했다.
음주운전은 중대한 잘못이며, 이는 살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고,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법이 다룰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그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뿐이다.
이 이야기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이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를 짓밟아서는 안 되며, 소수의 의견이 다수에 의해 묵살되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