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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왕 이도

파괴왕의 탄생

by 나바드

이도는 매일이 지루했다.
눈을 뜨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었고,
학교에서는 똑같은 수업, 똑같은 숙제, 똑같은 규칙들이 가득했다.

집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엄마는 언제나 해야 할 것들을 메모로 남겼고,
이도는 그 메모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하고 싶은 거 하나도 없잖아."

하지만 이도의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강아지 산디였다.

산디는 언제나 이도의 곁을 지켰고,
아무 말 없이 그를 위로해 주었다.
이도가 힘들 때면 산디는 조용히 옆에 앉아 꼬리를 흔들었고,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이도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도가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산디가 병원에 입원했어."

순간, 이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 왜? 무슨 일인데?"

"산디가 뭘 잘못 삼켰나 봐.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이도의 손이 떨렸다.
산디가 아프다니. 산디가 곁에 없다니.
이도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그날 밤, 이도는 피아노 앞에 앉아
온 힘을 다해 건반을 내리쳤다.

"다 파괴할 거야!!!"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책이 떨어지고, 창문이 덜컹거리더니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서
어두운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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