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동리의 밤, 그리고 변화의 기운
늦은 밤, 계동리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따뜻한 조명이 가게 안을 감싸고,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대조를 이루며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인장은 늘 그렇듯 바 뒤에서 잔을 닦으며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씩 가게로 들어섰다. 먼저 들어온 것은 최용찬과 박지윤이었다. 두 사람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듯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바 안쪽에 자리 잡았다.
"오늘은 맥주 한 잔만 해야겠어. 너무 피곤해서." 최용찬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난 와인으로 할래요. 오늘은 기분이 꽤 좋으니까." 박지윤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인장은 두 사람의 주문을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좋은 날인가 보네요, 박지윤 씨."
"네, 오늘 편집했던 원고가 드디어 마무리됐어요. 그래서 스스로 축하하려고요."
주인장이 와인 한 잔을 그녀 앞에 놓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천천히 즐기면서 쉬다 가세요."
그때 문이 다시 열리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손님이 들어왔다. 주류 소매업자인 준이었다. 그는 매번 가게를 돌며 와인과 위스키를 공급하는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영업이 아니라 손님으로 온 듯했다.
"오늘은 그냥 한 잔 마시러 왔어요." 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주인장은 미소를 지으며 바에 자리 하나를 내어주었다. "그럼 특별한 한 잔을 준비해 드려야겠네요."
가게 안은 점점 활기를 띠었다. 어느새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가 들어와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EDM 바를 운영하는 사람이 파티 분위기를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광화문의 기자와 PD들도 늦은 밤을 정리하며 계동리에 들렀다.
"요즘 계동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기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저기 새롭게 들어서는 가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도 이곳은 변하지 않길 바라요." PD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동리는 이런 아늑한 분위기가 있어야죠."
주인장은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들으며 잔을 닦았다. 계동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했다.
그리고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주인장은 가게를 마무리하며 퇴근을 준비했다. 가게를 닫고 나오는 길, 환경미화원 김 씨 아저씨들의 차량이 천천히 다가왔다. 주인장은 잠시 서서 그들과 커피와 크래커를 나누었다.
"오늘 저녁 계동은 괜찮았나요?" 주인장이 묻자 김 씨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다. "늘 그렇듯 괜찮았어요. 내일도 좋을 겁니다."
조용히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주인장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그를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퇴근길, 단골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요기거리와 물을 사면서 새벽반 아르바이트생과도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은 뭐가 원플원이죠?" 주인장이 장난스럽게 묻자, 아르바이트생은 웃으며 음료수를 하나 건넸다. "이거요, 사장님. 하나 더 가져가세요."
주인장은 원플원 상품 중 하나를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네며 가게를 나섰다. 오늘도 계동리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