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느끼지 못할 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11월 1일

정신없이 분주했던 월요일이었다. 출근해서 전 직원이 참석하는 주간회의를 마친 후 팀 미팅을 하니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짬을 내 사무실 근처 금강길을 걸었다. 강 주변에서 풍기는 가을 냄새는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이 마른 수풀에서는 눅눅한 여름 냄새가 났고, 숲으로 우거진 오솔길에서는 시린 겨울 냄새가 풍겨왔다.

가을 금강에는 여름과 겨울 냄새가 풍겨온다.

오후에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계속된 회의와 보고로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하고 마지막 근무를 하는 직원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이렇게 분주하다 보니 몸의 감각도 마음의 감정도 무감해진다. 감각과 감정이 무감해진다는 것은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분을 느끼지 못하니 영혼 없는 기계처럼 자극에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왔던 행동만 하게 된다.


이런 시간 속에서는 행복한 일이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의 일들과 유사한 사건이나 상황만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생각의 흐름을 멈추고 감정의 물결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결국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생생하게 느껴고 알아차려야 한다. 기분을 통해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은 오늘보다 눈부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늦은 저녁, 퇴사하는 직원을 울적한 기분으로 배웅하고 돌아오니 낯선 번호로 전화기가 울린다. “지난해 일하셨던 OO시청인데요. 급여 정산했더니 미납된 건강보험료가 있어 전화드렸어요. 4만 5천 원을 입금해주셔야 합니다.” “이런!” 좋지 않은 기분 뒤에는 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 퇴근하면서 오늘 느끼지 못했던 좋은 기분을 깨우는 순간, 집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뒤에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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