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허전하고 쓸쓸한 당신에게

11월 6일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7시다. 평일과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창밖은 이미 환하다.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음악명상을 짧게 하고 서둘러 고향집으로 향했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의식이 명료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기분을 깊게 느낄 수 없었다. 거기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편치 않은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고향집에 도착할 무렵, 김창완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서 팝송 <미드나잇 블루>가 흘러나왔다. 키보드로 시작하는 전주와 루이스 터커의 저음이 신비로운 곡조와 어울리면서 순간 기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노란 은행잎들이 눈이 내리듯 도로 위로 떨어지면서 노래가 하이라이트에 이르자 기분이 황홀해졌다. 지금 이 순간이 무척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노쇠해지는 부모님의 얼굴을 매주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맙게 여겨졌다. 이 노래 덕분에 일주일 만에 뵙는 부모님과 좀 더 기분 좋게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께 점심을 사드린 후 엄마가 드시는 약을 정리해 드리는데 큰누나의 도움이 필요해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았다. 몇 번을 전화해도 연결이 되지 않자 마음이 언짢아졌다. ‘나만 이렇게 고생하는데 대체 뭘 하는데 전화를 안 받는 거지’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약을 정리하는데 큰누나가 아침부터 시댁에서 김장을 담갔다며 김장김치 한 통을 들고 들어왔다. 미안함에 괜히 말을 돌리는 내 모습이 창피했다.


부모님과 헤어진 후 이 가을이 마냥 기분 좋은 계절이 아님을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이나 상황에서 느끼는 특별한 감정은 언제든 아픔과 고통을 수반할 수 있다. 그 아픔과 고통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허전하고 쓸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근처에서 작은 아트마켓이 열려 그쪽으로 차를 돌렸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아트마켓은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준비한 마을축제였다. 듀엣으로 구성된 가야금 연주단의 발랄한 연주를 듣고 생동감 넘치는 축제를 즐기니 우리는 언제든 기분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자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다.


가을이 허전하고 쓸쓸한 당신에게 삶은 처한 현실 너머에 다양한 기쁨이 존재하니 자신만의 좋은 기분을 통해 그 기쁨을 탐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기분이 좋아지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고, 느낌이 풍부해지면 나만의 세상이 열린다고. 그래서 더욱 좋은 기분을 따라야 한다고.






축제는 삶을 기분 좋게 만드는 멋진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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