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잠에서 깨니 아침 7시였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거실에 앉아 음악명상을 했다. 가을 햇살의 따뜻함과 아침 공기의 상쾌함이 기분 좋게 밀려들었다. 오늘은 Two Cellos의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높은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심장이 뛰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빠른 시간 내에 기분을 좋게 하는 데는 가슴을 고동치게 하는 음악이 제격이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대봉감 홍시를 박스에 담아 고향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오후 1시부터 행사가 있어 출근을 해야 했기에 평소보다 서둘렀다.
고향집에 갈 때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형제들에 대한 서운함, 회사일에 대한 부담감등으로 머릿속이 복잡한데 오늘은 기분 때문인지 개운했다. 집에 도착해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과 한의원, 마트 등을 다녔다. 병원에 갈 일은 없었으나 아버지 약이 떨어져 병원도 들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12시 30분.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기분 나쁜 생각들이 맴돌기 시작했다. '나만 늦으면 어떡하지’ ‘약속 시간을 넘어서 도착하면 눈총 받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끊이질 않았다. 직원 중에는 아침 10시에 출근해 또 다른 행사에 참석한 직원도 있어 더 초조해졌다. 아버지 약과 식료품 등을 빠른 속도로 정리하고, 부모님과 헤어진 후 1시 20분에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그러는 사이 좋은 기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속도로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2시였다. 직원들이 웃으면서 “어서 오세요! 팀장님, 편하게 행사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조급한 생각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찜찜한 마음으로 행사를 관람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우리 회사의 행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행사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직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등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추가로 점검해야 할 것들이 떠올랐고, 직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솟구쳤다. 생각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는 있었다. 당연히 지금 진행되고 있는 행사도 느낄 수 없었고 기분도 나빠졌다. 괴로운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을 멈추고 느낌을 더욱 알아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비우고 감각의 문을 열어야 한다. 스트레스는 결국 느낌을 압도할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는데서 시작된다. 생각이 많아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기분이 나빠질 때 모든 일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생각을 멈출 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간다. 생각, 번뇌! 너무도 어려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