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캄캄했다. 초겨울로 접어들어 점점 늦어지는 아침을 음악명상을 하면서 맞았다. 음악명상으로 어제의 감정이 오늘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특히 기분 나쁜 감정이 다음날에도 지속되면 마음의 고통이 커지고, 좋지 않은 일들이 뒤따른다. 그래서 새날에는 새로운 느낌과 좋은 기분을 채우려고 한다. 오늘도 음악명상을 통해 새로운 좋은 기분을 충전했다.
오늘은 싸이의 ‘예술이야’를 반복해서 들었다. ‘기분은 미친 듯이 예술이야’란 가사가 가슴에 꽂혔다. 예술은 기분을 날아갈 듯 좋게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이고 그래야 예술이다. 명상음악이라고 조용한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분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높이는 음악이 명상음악이다. 환희와 황홀함을 안겨주는 음악 말이다.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니 어제와 같이 안개가 자욱했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답게 초겨울 안개는 일상이다. 금강변을 따라 사무실을 향해 걷는데 안개와 단풍과 바람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냈다. 안갯속에서 단풍잎이 흩날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안개와 단풍잎과 바람이 섬세하게 느껴졌다. 안개는 손으로 만져질 듯 현실적이었고, 단풍잎은 수채화처럼 색깔이 또렷했다. 바람은 시원함과 쌀쌀함의 사이에서 부드럽게 얼굴을 매만졌다. 사무실 앞에서 어느 아저씨가 노란 은행잎을 비로 쓸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좋은 기분 탓에 감성이 흘러넘쳤다.
늦은 점심을 먹고 바빠서 산책할 시간을 놓쳤다. 오후에 일을 하는데 졸음이 몰려오면서 몸의 에너지가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행사를 치르면서 무리를 한 탓일까? 아니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일까? 몸이 무거워지자 만사가 귀찮아졌다. 짜증도 났다. 업무가 마음에 안 들면 기분이 언짢아졌고, 직원들의 태도도 불편하게 생각됐다. 분명 예민해져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예민함을 숨기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했다.
야근을 하면서 별이 뜬 강가에서 심호흡을 하고 명상문을 암송했다. 그제야 오늘 너무 섬세했고 너무 예민했다는 것을 느꼈다. 섬세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예민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적을 남긴다. 삶을 살아가는데 적정한 감정은 없는 것일까? 과연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일까? 밤기차를 타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고요한 음악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