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11월 17일

오늘은 하루 휴가를 냈다.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을 봬야 하고, 자동차 오일을 교체해야 했다. 오랜만에 평일에 쉬다 보니 마음이 여유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9시에 눈이 떠졌다. 평소처럼 음악명상으로 하루를 열었다. 오늘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들으며 잠들었던 기분 좋은 감정을 깨웠다. 잔잔하고 황홀하게, 이 곡은 딱 이 느낌을 안겨주는 곡이다. 늦가을과 어울리는 이 음악이 가슴에 들어오니 기분이 황홀할 정도로 좋아졌다.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으면 좋을지를 상상했다. 부모님을 즐거운 마음으로 뵙기, 기분 좋게 자동차 수리하기 그리고 고요한 마음으로 특별한 경험하기를 마음속으로 그렸다. 오늘 내가 원하는 것들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상상력을 풍부하게 했다.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바라는 것들이 다 이뤄진 듯 기분이 기쁨이 넘치도록 좋아졌다. 그런데 자동차를 수리하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상상이 잘 되질 않았다. 뭔가 찜찜했다. 예전에 안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과 병원일을 본 후 점심식사를 사드렸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즐거웠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집 근처의 자동차 수리점으로 향했다. 기사분에게 점검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 뒤 대기실에 기다렸다. 30분이 지나자 기사분이 수리내역서를 보여주며 “수리가 다 됐으니 결제를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디를 수리했는지 물어보니 대답이 없다.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니 결제를 하면 직원이 설명을 해줄 거라고 말하는데 순간 화가 났다. 결제를 하면서 직원에게 상황을 말하니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드릴게요”라고 겸연쩍어했다.


언짢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감정을 진정시켰다. 티베트의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고요함으로 불쾌함을 잠재웠다. 그러는 순간, 집 근처 대청호에 조성된 명상공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20여분을 운전해 가을 햇살이 고즈넉한 명상공원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두 시간 동안 산책과 명상도 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흙길을 천천히 걸었다. 대청호의 풍광이 한눈에 비추는 곳에서 잔잔한 명상음악에 맞춰 눈을 감고 마음을 모으니 기분이 가을바람처럼 향기로워졌다. 특히 양말만 신고 대청호 흙길을 걸었는데 땅의 감촉이 부드럽고 따뜻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기분상태에 맞게 세상을 본다. 특히 낮은 기분상태일 때 세상은 잿빛처럼 우울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집으로 와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우리는 바라는 만큼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분 좋은 감정을 담아 원하는 것을 생생하게 그린만큼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자동차를 수리하는 장면을 좀 더 기분 좋게 상상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내일부터는 바라는 것들을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그리면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그것이 삶을 기적으로 만드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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