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느낌이 기분을 좋게 하지 못할 때

11월 29일

두어 번의 뒤척임 속에 새벽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 시계가 두 시를 가리켰다. 깊은 새벽, 단잠을 자야 할 시간에 눈을 뜨니 의식이 몽롱했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아 뉴에이지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얼핏 잠이 들어 깨니 출근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급한 마음에 기분명상을 할 겨를도 없이 간단히 요가를 마친 후 출근길에 나섰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은 맑지 못했으나 쾌청한 날씨 때문에 느낌은 상쾌했다. 평소처럼 빛명상을 하면서 좋은 느낌으로 기분을 좋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다. 느낌은 좋은데 기분이 좋지 못했다.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니 겨울 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따스한 햇빛을 받으니 졸음이 밀려왔다. 이러다 중간에서 내리지 못할 것 같아 신문을 읽다가 목적지에 겨우 내렸다.

기차역에 내려서 사무실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오늘은 유난히 물안개가 자욱했다. 물안개가 구름처럼 금강물 위를 자유롭게 흘러 다녔다. 사무실에 도착할 때쯤 명상문을 외우면서 축복의 에너지를 불러 모았다. 그리곤 오늘이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좋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여전히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좋은 느낌이 좋은 기분으로 연결되지 못하니 찜찜하고 불안했다.

금강길의 하늘은 늘 좋은 느낌을 깨운다. 좋은 느낌은 기분을 좋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해 퇴근할 때까지 긴 하루를 보냈다. 좋은 느낌이 마음에 스며들었지만 기분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낯설었다. 업무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져 한 문장의 글을 쓰는데 세 시간 이상이 걸렸고, 일도 귀찮게 여겨졌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저 그런 일들만 벌어졌다. 좋은 느낌이 좋은 기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근원의 감정을 놓아버리거나 좋은 느낌으로 정화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좋은 느낌이 좋은 기분과 이어지지 못하고 겉돌았던 하루였다.


그럼에도 나의 오늘은 소중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우리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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