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문맹보다 감정문맹이 더 문제다

12월 4일

한 달 전쯤,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갤러리 입구에서부터 왁자지껄한 소란을 피우며 등장한 그들은 회사 인근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5학년 어린이들이었다.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회사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기로 한 것이다. 20여 명의 어린이들은 낯선 공간을 놀이터로 여기는 듯 로비와 사무실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간신히 아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후 전시의 취지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차례대로 갤러리로 입장시키려는 순간 담임선생님이 다가오더니 말을 꺼냈다.


“팀장님! 최대한 빨리 전시회 투어를 진행해주시면 좋겠어요! 서둘러 마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상공에서 금강의 풍광을 찍은 사진과 미디어 파사드는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려고 했었는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담임선생님의 생각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에게 작품의 내용만을 짧게 설명했다. 그런데 금강의 흐름을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는 완성도가 무척 높아 아쉬움이 컸다. 특히 수준 높은 명상음악처럼 깊은 고요함을 깨우는 음악이 더 그랬다.

낡은 취수 펌프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음악과 영상을 통해 깊은 고요함을 깨우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미디어 파사드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불러 모아 10초 동안 눈을 감고 음악을 들어보도록 했다. 과연 아이들은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 10초가 지나고 눈을 뜬 아이들에게 음악의 느낌을 물었다.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재미없어요” “그냥 그랬어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을 했다. 감성이 맑아 느낌과 감정이 민감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으로 대답한 아이가 놀라운 말을 했다. “선생님!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표정에서 아이가 지금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감성을 품은 아이를 만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괜한 걸 아이들에게 물어봐서 시간만 늦어졌다며 투덜거리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담임선생님에게 아이의 고운 감성을 말해주고 싶었다. 암기와 지식 위주의 공부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감성과 감정이 창의성은 물론 이해력과 수리력 등 전반적인 학습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 교육에서 뇌가 가장 중요하고 뇌가 잘 돌아가야 학습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고 배우고 있다. 어디 학교 교육뿐인가? 과학계나 의학계에서도 뇌 연구는 다른 연구에 비해 독보적이다. 그러나 사실 뇌는 뇌 혼자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뇌는 인체의 모든 장기와 함께 하고 있지만 특히나 심장과의 연관성이 무척 크다. 그러니까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뇌도 건강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심장을 통해 감성이 살아나고 감정을 풍부하게 느껴야만 뇌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더욱 섬세하게 느끼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설렘과 열정, 기쁨과 환희, 숭고함, 경외감 등 높은 수준의 감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깊이 느끼고 풍부한 감정을 경험할수록 아이의 뇌는 건강해진다. 그래야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창조적인 인재로 커나갈 수 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더욱 예민해진 감성으로 자신만의 감정을 경험해갔으면 좋겠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토요일이었다. 좋은 기분을 틈틈이 느끼지 못해 소소한 갈등이 생겨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이 조급해서 생긴 문제였다. 기분명상으로 조급한 마음과 불편한 감정을 치유해야겠다. 모든 것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삶의 모든 것, 태어남과 죽음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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