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의 흐름을 알아차려야 삶이
온전해진다

삶을 결정하는 기분의 모든 것

유난히 길었던 가을장마가 끝난 후, 한 달간 이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오른쪽 어금니 뒤쪽으로 잇몸이 벌어져 음식을 씹기도 시원한 물을 마실 수도 없었다. 바쁜 회사일을 핑계 삼아 미루고 미루다 할 수 없이 휴가를 내고 치과에 갔다.


오랜만에 방문한 치과는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첨단 기계들이 즐비했다. 선 채로 턱을 대고 입을 벌린 후 검사 기계에 올라서니 처음 보는 기계가 머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내 치아를 촬영했다. 뒤이어 나오는 안내방송은 마치 우주선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검사를 마치고 들어선 치료실에서는 젊은 의사가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가 치아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거울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을 때, 극심한 공포가 순식간에 밀려왔다. 엄청난 통증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기분이 곤두박질치듯 나빠졌다. 그와 함께 어렸을 때 엄마 손에 붙잡혀 충치를 뽑으러 치과에 갔다가 울면서 도망치듯 나왔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 후로 치과에 가는 것은 나에게 가장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의사는 입안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사랑니가 썩어서 불편함을 겪었던 것이라며 사랑니를 뽑으면 좋아질 것이고 다른 곳은 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니를 뽑을 때는 마취를 하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났다. 의사의 말대로 사랑니는 별로 아프지 않게 제거되었다. 탁자 위에 놓인 사랑니를 보니 핏기가 가시지 않은 채 썩은 부분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해 경과를 보자는 말과 함께 의사는 다른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계산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오래 묵은 체증이 사라진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게 치료가 끝나 기분이 좋았다. 마취가 덜 풀려 입안은 얼얼했지만 불편했던 사랑니가 빠져 한결 시원했다.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맛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초가을의 투명한 햇살 속에서 좋은 기분을 느끼며 사무실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 창밖을 보는 순간, 사무실에서 마주칠 동료의 얼굴이 떠오르자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며칠 전, 업무에 대한 의견 차이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했던 동료인데 그 직원이 생각나자 기분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명상을 해도 나쁜 기분은 해소되지 않았다. 버스 밖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이 눈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모든 것은 지나가고 모든 것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선언문을 암송했다. 마음속으로 3분가량 암송하자 지금의 좋지 않은 관계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마음도 역시 기분에 의해 좌우된다.


이처럼 기분은 매 순간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한다. 생각과 감정, 환경 등에 반응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기분이다. 갈등을 빚었던 직원의 얼굴이 갑자기 생각나면 기분이 나빠졌다가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자 기분은 좋아진다. 파란 가을 하늘에 기분이 좋았다가 스산한 바람에 날씨가 흐려지면 괜히 침울해지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이렇게 기분은 늘 변화무쌍하다. 생각과 감정, 환경 등에 따라 매 순간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이 숨바꼭질하듯 드러나고 사라진다. 그럴 때마다 기분의 흐름을 주의 깊게 알아차려야 한다. 특히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질 때 그 순간을 인식하고 기분 나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분 나쁜 상태가 계속되면 실제로 기분 나쁜 일들만 벌어지고 생각했던 일들도 꼬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기분 좋은 생각을 하거나 기분 좋은 느낌을 깨우거나 아니면 나만의 선언문을 만들어서 암송하며 기분을 전환해야 한다. 기분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들을 미리 막을 수 있고 삶을 좀 더 충만하게 살 수 있다.


기분은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표지판이다. 그래서 기분 좋은 생각이나 기분 좋은 느낌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면 삶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모든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펼쳐진다. 기분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기분이 나빠질 때 그 흐름을 끊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삶을 나답게 살 수 있고, 기쁨이 넘치는 삶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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