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함

우리가 사랑이 가득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영혼의 감정

회사원 A는 대표이사님을 볼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열정적이고 또 무언가 잘못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호령을 내리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사무실 전체를 쩌렁쩌렁 울릴 때면 덩달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언젠가는 연가를 내고 하루 쉬겠다고 한 대표이사님이 불쑥 나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자신의 방에 들어와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부장님들을 모아놓고 크게 혼냈던 적이 있었다. 그 후 모든 부장님들은 대표이사님이 출근하셨는지를 비서실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그렇게 무섭게만 느껴지던 대표이사님이 사실은 따뜻하고 고결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중앙일간지에 대표이사님이 한 달에 한 번씩 지인들과 함께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의왕의 성라자로 마을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가 소개되면 서다. 대표이사님은 30여 년 전부터 성라자로 마을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한센병 환자들의 옷을 빨래하고 방과 화장실을 청소하며 환자들의 식사를 도와주고 계셨다. 물론 회사에는 전혀 알리지 않으셨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대표이사님의 마음에 얼마나 큰 사랑이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평상시에도 대표이사님은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시면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곤 했다. A는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직원에게는 단호하게 혼을 내셨지만 낮은 곳에서 헌신하는 직원들에게는 따뜻하게 격려하시는 대표이사님의 모습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 시대에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은 한센병 환자들을 아낌없이 돌보며 자신의 사랑을 나누고 계신 대표이사님의 모습에서 A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의 본성을 나타내는 고결함과 숭고함, 거룩함이 우리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A는 대표이사님을 가슴으로 존경하기 시작했다. 불현듯 대표이사님의 사랑이 자신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 고결함: 우리가 사랑이 가득한 존재이자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혼 본연의 감정이다. 고결함과 숭고함, 거룩함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 속에서 깨어난 영혼의 진정한 모습을 본다. 우리가 고결함과 숭고함, 거룩함을 행동으로 보일 때 영혼의 모습대로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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