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모든 것들에는 관계가 있다.
관계는 간격이 있다.
떨어져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떨어져 있다는 것은 스쳐가는 타인에게나 쓰는 말이다.
관계 맺는다는 것은 간격을 가진다는 뜻.
간격은 경계가 되어 우리를 연결하기도 한다.
간격을 좁혀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모든 연인들의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얼마나 붉은지.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통은 커지고 포개지 못하는 두 심장은 한계를 직감하며 눈물로 돌아선다.
사랑은 우리 '사이'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그 두 사람 사이에서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손을 놓은 연인이 서로의 간격이 더 가깝지도 멀어지지도 않도록 유지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 사랑을 유지하는 일은 그래서 매우 섬세하고 유연한 일이라 짐작한다. 나는 우리가 한없이 가까워지고 싶은 '본능'을 능가하는 것이 '사랑'이라 믿으므로 간격을 좁히기보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자잘하고도 은밀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당신과 공존하고 싶다. 나와 떨어져 있는 동안 은밀한 당신만의 세상에 당신이 머문다 하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나란히 같은 색을 하며 서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