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사랑일까.
한때 우리는 복잡한 심경으로 얽혀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이유로, 나는 나의 이유로.
이유를 알고 있는 사이라면 각자가 홀로 얽혀있어도 서로에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관계에서 공감은 비슷한 이유를 가진 존재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완고해서 신앙 같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채로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 당신은 희미하게 웃었지만 내 손을 잡지는 못했다.
신앙이 사랑이 될 수는 없었음을 그때 알았다. 믿음은 대상을 통해 바라는 것이지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몸은 굽었고 마음은 비틀어졌으며 시간은 왜곡되어 공간마저 희미했다.
이미 늦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다시 갔을 때에 우리는 없었다.
당신이 이야기했던 그 장소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에게 라라 랜드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
당신을 보내고 비로소 나는 그때의 당신의 생활과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함께할 수 없게 된 시간이 되어서야 알았다.
처음부터 나는 원래 이 공간에 없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원래부터 '우리'는 단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그 모든 것이 통째로 그저 '나'일 뿐이었음을.
짙은 회색빛 바닷물도, 멀리 보이는 낯선 유물(遺物) 같은 성(城)도,
지나치게 바깥으로만 닳았던 구두 굽 같았던 그저 '나'이었음을.
뒤늦게 당신에게 단 한 번의 기도로 그 시간을 갈음하고 싶었다.
서툴렀다 말하기에도 미안한 당신에게 보내는 정중한 사과이길 기도한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