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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Nov 09. 2017

음악가의 묘지(3):베토벤의 5번과 5번.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중앙 묘지

** 이 글은 <음악가의 묘지(1):모차르트 앞에서 우리는.>

                 <음악가의 묘지(2):방랑자 슈베르트의 안식처>에서 이어집니다.


요즘 가장 많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누구예요?

.... 라흐마니노프요.

아. 그러시군요.

그쪽은요?

예전엔 저도 러시아 음악을 제법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은.... 베토벤이더군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인연이 되어 있지만, 나보다 나이가 곱절은 많아 보이는 그녀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아주 자신 있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은.... 베토벤"이라고. 베토벤의 음악은 워낙 유명하고, 워낙에 익숙하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잘 없는 것을 보면 한 분야에서 크게 이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녀는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클래식과 관련한 지식도 탄탄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음악을 듣는 취향이 분명했고 기품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어 그랬는지 나는 내심 그녀가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먼저 물었을 때, 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매우 심취해 있었을 때였다. 물론 그때의 나는 베토벤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 더욱 강력하게 압도하는 음악가는 라흐마니노프였다. 그런데 그녀는 베토벤을 이야기했다. 나는 저 대답에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왠지 나도 베토벤 정도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더 물어볼 말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야 깨닫지만 나는 베토벤에 대해 잘 몰랐다. 이름 말고 그의 음악을 아는 것은 사실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할 말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너무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습관이 있다.


베토벤의 음악은 너무도 완벽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홀수번째의 교향곡들은 한 곡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모두 인기곡(?)들이다. 몇 백 년을 거쳐 인기곡이 되어 있다는 것은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위대한 음악의 구성에 누구도 이견이 없는 것을 보면 진짜 인기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실감하게 된다. 시공을 초월한 인기라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하니 말이다. 그래서 베토벤은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음악에 빚이 있는 사람들은 베토벤에게 빚이 없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나는 이 글에서 베토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그럴만한 재주가 있지도 않다. 다만 나는 베토벤의 무덤에서 5번과 5번을 떠올려본다. 


베토벤의 5번과 5번.


베토벤의 수많은 곡들 중에 연주회에서 제법 큰(?) 레퍼토리로 취급받고 있는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곡들도 많지만 말이다. 이제는 약간 식상해지기까지 할 만큼 자주 오래 연주되어오고 있는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Emperor)"과 교향곡 5번('운명'이라고 자주 불리는.).


두 곡은 정말 오래도록 들어오고 있는 곡이고, 언제라도 연주회 레퍼토리가 되면 달려가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연주회에서 레퍼토리가 많이 다양화되고 있어 베토벤의 곡들이 예전만큼 많이 연주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베토벤은 베토벤이다. 그를 통해 고전음악을 완성했다고 하는 말은 과언이 될 수 없다.


베토벤의 무덤에서 두 곡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작곡가들이 한 곳에 묻혀 있다는 사실에 더욱 고무되었다. 베토벤을 따랐다는 슈베르트가 옆에 묻혔고, 그들의 영향을 받은 브람스까지도. 이후에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는지 슈트라우스, 주페, 뮐러 등 많은 음악가들의 무덤이 함께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의 여행은 과거의 어떤 모습으로 나를 이끌기도 했다. 여행에서 음악 자체에,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 그 생각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여행 안에서 또 다른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의 베토벤으로, 그때의 베토벤으로.

 - 브람스, 슈트라우스, 주페, 뮐러의 무덤이 나란히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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