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선 Sep 16. 2015

7.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루시드폴의 노래- 바람같은 멜로디 위에 감정을 얹은 느낌으로.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친구녀석이 결혼하기 전에 우리는 부산에서 루시드폴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루시드폴은 기타 하나만 메고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내가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본 것 중에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러고보니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가본 적이 없다. 그 때가 처음이었고, 아직까지는 그 경험이 마지막이었다. 루시드폴은 기타 하나만 가지고나와 자신을 보여주려 했고, 사실 나는 약간은 지루했다. 처음엔 편안한 목소리와 기타소리에 즐거웠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루시드폴의 앨범은 사서 들어봤지만 공연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건지, 생각보다는 큰 의미를 못 느꼈다. 


그런데 콘서트 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을 앨범에서 더 많이 느꼈는데 이 곡은 가을 바람에 그리도 허전할 시절, 살아있다는 사실로도 마음이 괴로울 때에 들었던 곡이었다. 우연히 알게 되어 우연히 마음에 담았던 곡이다. 그런데 이 곡을 들을때마다 온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낀다. 소파에 축 늘어지고 싶은 느낌이 드는, 센치한 느낌이다.

다다를 수 없는, 

여전히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던 느낌으로, 

모든걸 놓고 싶었을 때, 

홍상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헛헛함이 들 때, 

지나간 모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 때,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었던 그 순간에, 

감정에 대한 방어 없이 그저 바람같은 멜로디 위에 감정을 얹은 느낌이었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버린 고백의 덧난 그 겨울의 추억
나, 힘겹게 사랑한 기억 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 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의 창 닫아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은 그대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https://youtu.be/_4EN9OUme4s

+ 이 곡은 김연우가 부르기도 했는데, 김연우의 목소리도는 또다른 깔끔함이 묻어난다. 요즘 티비에서 나오는 김연우는 고음이 완벽하긴 하지만, 깨끗한 음성이라 그대로 잔잔하게 불러진 노래도 편안하다.


작가의 이전글 서른, 영화 <비포 선셋>이 좋은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