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내면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선 Sep 19. 2015

음악을 듣는다는 것.

음악을 듣는다는 건 아름다운 삶을 꾸려간다는 것.

바흐의 단정하고도 논리적이며 정확한 음악으로 생각을 정돈할 때도 있고.
베토벤의 감정과 범접할 수 없는 내공에 온 마음을 뺏겨 휘몰아치다가.
때로 슈베르트처럼 방랑하며 여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하고.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함에 생각없이 웃어보였다가.
쇼팽의 화려함과 예민함에 오래도록 빠져있기도 했고.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격정에 시달리며 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드보르작의 실내악에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아직은 아껴두고 듣지 않았던 말러와 브루크너.
그리고 자잘하게 더 적을 수 없을만큼 귀여운 소품들과 더 아름다운 곡들.


음악은 아무 생각없지만 나를 환상의 세계에 빠뜨려놓기도 하고, 처절한 슬픔과 더없는 행복을 보여주며 늘 조금씩 다른 일상으로 변주해놓곤 한다. 요즘은 음악을 '음원'이라고 하며 '자원' 혹은 '파일'로 취급하는 그야말로 '음악 말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음원'으로 불리게 되면서 예전보다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음악을 쉬이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을텐데 인간의 간사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는건지 아쉬울 때도 많다.


음악에 대해서는 가리지는 않지만 주로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 여러 이유가 있어 듣기 시작했지만 지나고보니 그 이유들은 '변명'에 가까운 느낌이다. 사실, 그냥 좋아서 듣는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런데 어떤 형태든 간에 음악을 '음원'으로 듣는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감이 있다. 전자책이 나왔다고 해서 종이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처럼, 음원이 나왔다고 해서 음반이 사라지면 되나,라며 괜히 빈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적도 있다. 음원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매우 크지 않은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원'만을 뽑아(!)내어 귀에 꽂는 행위가 아니다. 음악은 음반을 직접 사서 재킷의 사진도 구경하고 앨범에 들어있는 곡의 순서대로 들어보아야한다. 또 앨범에 쓰여져있는 곡에 대한 정보(이를테면 발행년도, 레이블, 노랫말 등)를 읽고 이를 눈으로 따라 읽으며 곡을 듣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음악이 나를 찾아오도록 하는, 음악과의 인연을 맺는 것 까지가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특정 몇몇 음원을 다운로드(불법다운로드 포함)하여 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양질의 행동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에 이미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음악을 듣지 않고 여행을 다니지 않는 삶은 얼마나 메마를 것인가. 때때로 우리는 시간 내어 누군가를 만나듯이 시간내어 음악을 들어야 한다. 다른 일을 하며 듣게되는 '배경음악'으로서의 음악 말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편안한 자세로 온전히 집중하는 음악듣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음악을 들으면 음악은 얼마나 귀하게 느껴지는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선율에 묻어나오는 작곡가의 목소리와 연주가의 정성과 색채는 화려하면서도 다양하다. 넓은 세상에 갈 수 없다면 음악을 들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하여 턴테이블에 LP를 물려놓으면 온 세상이 평화로움으로 가득찬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리하여 음악의 위대함은 그런 것이겠지, 새삼스러울때도 많다. 올해에 CD로 듣던 것을 확장하여 단촐하게나마 턴테이블을 들여놓고나니 음악은 더욱 소중해졌다. 역시나 아날로그의 감성은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LP를 여전히 신제품(!)으로 찍어낸다는 사실이(음원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명백하지만 아날로그시장이 아예 과거로 사라지지 않는 것) 나를 더욱 고무시키기도 한다.


음악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준다고 나는 믿는다. 음악은 감정을 일으키고 사람의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특정한 음악 1곡에 대하여 그 곡에 담겨진 사람들의 사연이나 느낌을 추려놓으면 그 양이 그 음악을 아는 사람들의 숫자와 같을 것이다. 이 무한한 창작과 생산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하나의 곡으로 사람들은 얼마나 특별한 삶을 생산해내는가 말이다. 음악의 존재는 그런 것이다. 음악은 공평하게도 모두에게 어떤 영감을 준다. 어떤 힘이 되기도 하고, 어떤 위로가 되기도 하며, 어떤 기쁨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들려오는 그 음악을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