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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Jan 09. 2023

'전화위복'이 되어준 [푸조 308SW]

자동차 대마왕(9)

아내와 [푸조 308SW]를 타고 고속도로 진입 전 기름을 채워주기 위해 주유소로 향했다.

굉장히 습하고 덥던 장마철이었는데, 시동을 끄고 주유를 해야 했기에 앞쪽 창문을 활짝 열고는 주유원이 주유를 하는 동안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대화를 위해 옆에 있는 아내 쪽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아내의 얼굴에 하얀색 점들이 찍히는 기이한 현상을 보고는 믿기지 않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어...이.. 이게 뭐지?..."

난도질당한 [EF 소나타]를 보내고 중고차 [트라제 XG]를 만족스럽게 타던 나는 지방으로 내려와 학원을 개원하고 학원이 잘 자리를 잡게 되면서 원생이 많이 늘어 생활이 조금 여유로워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자동차 대마왕스럽게 나는 오랜만에 신차로 차량을 변경했는데, 르노삼성의 [SM5]를 뽑아 신차 냄새를 흡입해가며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즐겼었다. 그렇지만 2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신차 냄새가 쏙 빠진 [SM5]의 밋밋함에 슬슬 질리기 시작했고 또다시 새로운 자동차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푸조 308SW]는 어디를 가나 이목을 끄는 특이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자동차였다.

지금도 프랑스 자동차들이 한국에서 푸대접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때는 더욱 존재감이 없었던 브랜드의 차량이었기에 간혹 아주 고가의 자동차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도에 이 차를 몰고 나가면 길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자주 있었고, 주차장 같은 곳에서 내릴 때면 주변에서 바라보다 궁금해서 직접 다가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 관심이 없던 프랑스 차량 그것도 [푸조 308SW]는 나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우연히 지나가다 주차해 놓은 [푸조 207CC]로 부터 푸조라는 차량에 점점 마음을 빼앗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살던 아파트 골목길에서 자주 목격했는데 첫인상은 "와우~ 굉장히 특이한데"라는 느낌 정도였고, 비싸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었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네 번 그 차를 보면서 앞에서 옆으로 그리고 뒤태를 좀 더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었고 어느샌가 그 특이한 생김새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공도에서 너무 흔한 차량보다 개성이 강한 나만의 차량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던 시기였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푸조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틈이 나면 푸조 매장을 찾아가 이차 저차 구경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매장 딜러와 조금씩 친분을 쌓아갔다. 가격대도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서 조금 욕심을 내면 닿을 수 있는 구간에 포지셔닝이 되어 있었는데 다만, 차량이 너무 특이해서 내가 남들 시선으로부터 편하게 탈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했었다. 그때는 고급 외제차를 제외하면 일본의 도요타나 혼다 정도가 접근하기 용이했었고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차종이었다.


일본 차량들과 푸조를 몇 개월간 비교하며 고민 끝에 결정했는데, 최종 결정은 의외로 시승에서 결판났다.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량 중 수입차로 도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어코드] 그리고 닛산 [알티마] 정도 였는데, 이 차량들과 [308SW]를 비교하면서 푸조의 승차감과 드라이브 감성이 아주 매력적임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승차감에 있어서 푸조는 국산차만 타던 나에게 가장 비슷한 편안함을 주었고 페달과 직결되는 가속감과 핸들링이 빠릿빠릿해서 놀랬다. 더구나 급 커브에서 몸을 지지하고 잡아주는 시트의 밀착감이 최고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물론, 고급 승용차를 타보지 못했던 그 당시 나에게는 적어도 이러한 부분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기에 더해 넓디넓은 공간감과 지붕 전체가 통유리(국제 특허를 받았다고 딜러한테 들었다)로 되어있어 개방감이 끝내주었다. 특히, 지붕의 통유리를 통해 비 오는 날의 운치와 별빛 총총한 밤하늘을 담고, 함박눈 내리는 설렘을 모두 다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 가득도 최종 결정에 큰 역할을 했었다.


아내의 얼굴을 보며 놀란 나는 한겨울 유리창에 떨어져 녹지 않은  함박눈 같은 점들과 검은 시트에 까지 흰점들이 박힌 것을 보면서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미친 듯이 아지던 빗방울이 잦아들었고  주유소 직원이 달려와 놀란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빨리 창문을 닫고 자동세차장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했다. 우리 차와 두대의 차가 더 있었는데 그중 검은색 차량 한 대에도 흰색점들이 수없이 박힌 모습이 눈에 띄었고 심상치 않은 사고가 터졌다는 걸 느꼈다.


우리가 주유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주유소에서는 건물 외벽과 지붕 위에서 페인팅작업이 한창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 갑작스러운 바람과 함께 소나기들이쳤고, 그 바람에 페인트가 날리면서 빗방울에 섞이여 주유소 일대에 사방으로 떨어졌던 것이었다.


자동 세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차량 외부를 확인했는데 은색이었던 내 차량에도 다 지워지지 않은 흰색 페인트들이 수없이 남아있었다. 특히, 실내 시트와 대시보드, 문짝 내부 곳곳에 묻은 페인트는 아무리 지우려 문질러도 잘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번짐이 생겨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유소 사장이 뛰서나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원상복구까지 보험처리를 다 해주겠다고 약속한 점이었다.  


차를 뽑은 지 2년도 안된 상태라 충격은 더욱 컸는데 특히, 푸조 AS의 답변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시트와 페인트 묻은 부분들 모두를  프랑스에서 공수해와야 하는데 족히 두세 달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그 비용 또한 2천만 원에 가까운 큰 금액이 청구될 것이라는 이었다.


혀를 내두른 보험사 보상팀 담당직원과 나는 각자 원상복구를 위해  보름이 넘도록 여기저기를 찾아다녀봤지만 모두 헛수고였고, 결국 보상비 천만 원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사실, 합의를 보기 며칠 전 나는 기가 막히는 방법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수많은 카센터와 세차장을 찾아다니거나 문의한 끝에 지우지 않고 덮는 방법이 있다는 한 업체를 알아낸 것이다. 그곳에서는 시트와 같은 색으로 감쪽같이 흰점들을 가리고 실내 곳곳에 박힌 점들도 최대한 비슷한 색으로 덮는 기술로 하루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50만 원 선에서 말이다.(따봉!~~)


그렇게 나는 흰점들로 지저분해진 실내 곳곳을 최대한 커버하고 외장에 묻은 페인트들을 세차장에 부탁하여 80% 이상 복구하는데 모두 70만 원선에 끝마칠 수 있었다.

결국, 발품팔이의 승리였는데 그때 속으로 나는 이렇게 감탄했었다.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건 없구나! 하하하"


이런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는데, 어쨌든 천만 원의 합의금은 몇 개월 후 그 당시 프리미엄 수입차의 입문용이라 불리던 [아우디 A4]로 넘어오는 절호의 찬스가 되었다.

'전화위복'이란 이럴 때 쓰는 사자성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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