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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Jan 23. 2023

시니컬한 [아우디]

자동차 대마왕(10)

[아우디]의 엠블럼은 마치 올림픽의 오륜기를 연상시킨다. 

오륜기의 고리 5개는 5개의 대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을 상징하는 것처럼 [아우디]의 고리 4개도 깊은 뜻이 담겨있다. 독일의 삭소니주에 있는 제조사인 4개사(Audi, Wanderer, Horch, DKW)를 의미하는데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4개 사가 인수합병하는 과정을 거쳤고 결국, 지금의 AUDI가 대표브랜드가 되었다. 네 개의 원이 나란히 연결된 모습은 4개의 회사 간 평등한 지위와 끈끈하고 단단한 단결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푸조 308SW]를 보내고 [아우디 A4]로 교체하면서 [아우디]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아니, 타보지도 않았던 [아우디]의 외모와 엠블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 내 심장은 이미 짝사랑에 푹 빠져있었다. 그렇게 짝사랑으로만 끝날 것 같았던 [아우디] 사랑은 결국, [푸조 308SW]의 마른하늘에 날벼락 사고로 전화위복이 되어 성사되었다. 


내가 느끼는 [벤츠]는 고급스러운 존재감, [BMW]는 강력한 스포츠성을 지닌 독특한 감성이 특징이라면 [아우디]는 시니컬하면서 테크니컬 한 매력이 뚜렷하다. [아우디]의 외모는 세련된 댄디함을 넘어선 완벽한 선과 면들의 하모니가 잘 절제된 느낌이었다. 실내는 진보적인 기술들이 시각적으로 잘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점이 오히려 인간미가 없는 오직 머신(machine)다운 냉소적인 분위기로 나를 압도했다. 물론, 진보적인 기술이라는 것은 그때까지 내가 타던 차들과의 상대적인 느낌일 뿐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우리가 시니컬한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아주 가끔씩 보여주는 다정다감한 모습에서 반전처럼 찾아오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아우디]는 외모와 내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시니컬하지만 간혹 정속주행할 때의 부드러운 심장소리나 차가운 겨울날씨를 뚫고 달리는 길 위에서 나를 따듯하게 보호하는 듯한 감성적인 실내의 조명등에서도 다정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 순간 [아우디]의 시니컬한 매력은 더욱 강렬하게 반전되어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때 겨우 [아우디 A4 2.0 TDI]를 탔을 뿐이었으니 고성능인 RS 버전을 탔더라면 아마도 심장이 터지거나 까무러칠 정도로 흥분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약 2000CC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힘이었지만 그때 나에겐 [아우디]의 배기음과 스포츠성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나도 모르게 액셀을 밟는 발에 힘이 실리곤 했었다. 하지만 가끔 뒷좌석에 앉은 아내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면서 속도를 낮출 것을 경고했다. 앞 좌석과 뒷좌석의 느낌 차이가 단순한 속도감에서 나오는 것으로만 보기 힘든 점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아우디 A4]의 한계를 알게 되었고, 거기다 좁은 실내공간과 작은 트렁크는 점점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결국, 22개월 후쯤 4 도어 쿠페형인 [폭스바겐 CC]로 교체하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사실 그때 마음속으로는 [아우디 A6]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금액의 부담감과 또 [폭스바겐 CC]의 미려한 옆모습에 넋이 나가있었던 때였으므로 [아우디 A6]로 가기 전 잠시 꼭 몰아봐야겠다는 계산이 아내 몰래 깔려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기회가 된다면 내 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승용차들을 모두 타보고 싶었던 자동차 대마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옆라인이 매력적인 폭스바겐 CC]

하지만 [폭스바겐 CC]는 스포츠 감성의 날렵한 외모와는 달리 편안한 주행감각으로 그저 무난한 느낌이었고, [아우디 A6]의 강렬한 심장이 궁금했던 나에게 지속적인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2년 만에 교체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또다시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응을 진화시키려는
욕망이 강한 속성을 지닌 듯하다.
그 욕망을 달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 대가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욕망을
현실화시키면 또다시 진화된 새로운 욕망이 꿈틀거리니 그 끝은 요원하다.


이번에는 아주 더 강력한 심장을 가진, 그것도 네 바퀴 굴림인 4륜 구동 [아우디 A6 3.0 TDI quattro]였다.

그 당시 나는 [아우디 A6 3.0 TDI quattro]의 성능을 궁금해하는 친구나 지인이 있으면 이차를 이렇게 자랑했었다. 


"강력한 심장과 순발력이 뛰어난 괴물 같은 녀석이지~ 암~"


그러고는 곧바로 그 괴물의 실체를 증명이라도 할 것처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엑셀을 힘껏 밟아버렸다.  순간 목이 꺾이도록 넘치는 강력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튕겨나가는 [아우디]에서 친구와 나는 숨죽인 비명을 지르면서 그 진가를 온몸으로 느끼곤 했다.


스피드와 파워에 매몰되어 그 진화의 욕망에 계속해서 목말랐다면 나는 더욱 강력한 고성능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포르쉐] 등과 같은 슈퍼카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큰 금액을 지불하면서 더 이상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할 만큼의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았고, 43세가 되어가면서 스피드보다는 가족을 품고 달릴 때 편안하고 안락하면서도 내 색깔과 잘 어울릴법한 자동차를 갈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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