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고 싶다
걷다 보면 매일의 공기가 다르고
어제와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온다
한밤중에 혼자 걷던 어제는,
어둠이 삼켜버린 세상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그려놓은 좁다란 길 위에
덩그러니 나 혼자 외떨어진
사색의 걸음
고독의 걸음
아내랑 둘이 걷는 오늘은,
어둠이 물들이다 남은 반쪽 세상이
반쪽과 함께 걷노라
어제보다 더 넓은 길을 터준
정겨운 걸음
지탱의 걸음
걷다 보면 매일의 풍경이 다르고
어제와 또 다른 배경으로 눕는다
돌아오는 골목어귀 분식점에서
돌솥비빔밥의 꼬소한 내음과
라면, 김밥의 찰떡궁합이
걷기로 시장해진 우리를 붙잡고
나와 아내는 못 이긴 척
구석 테이블로 자리를 정한다
혼자 걷다 보면,
둘이 걷다 보면,
매일 매일은
똑같은 듯 똑같지 않음으로
익숙하다
설렌다
그래서 또, 걷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