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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Feb 09. 2023

'블라인드'와 '창'사이

내 마음의 창에도 블라인드가...


블라인드와 창 사이 갇혀 있는 것들이 아우성인 날이 있다

낮에 놀던 바람이 휘돌고 간 나무들이,

낮에 머물던 파아란 하늘 구름 한 움큼이,

내가 눈치 못 채도록 재빠르게 지나친 자동차들이,

목적지를 향해 터벅 걸음 잰걸음 총총걸음 하던 사람들이,

눈에 밟히고 귀에 박히어

되살아 나는 아우성


잠자코 블라인드는 시치미를 뚝

낮에 가졌던 수많은 생각과 변화무쌍한 감정의 변화를

다 읽어 놓고도 모른 체한다


창은 오히려 다행이다

블라인드가 막아주어 잠시 귀찮은 질문 따위 받지 않아도 되니

그저,

까만 밤하늘만 가득 채워놓고

짐짓,

못 본 척 못 들은 척 잠든 척 실눈을 뜬다


블라인드와 창 사이에 머물던

오늘 하루는

내일 밤에도 오늘 하루가 되어 갇혀 있을까


머물지 못한 오늘의 아우성들은

내가 잠든 사이

블라인드와 창 사이에서 기지개 켜고 일어나

새파란 하늘과

또렷해진 구름과

장난꾸러기 바람과

어제처럼 무뚝뚝한 나무들과

각양각색의 자동차와 사람들을

데려다 놓겠지


내 마음의 창에도 블라인드가 있다면

낮에 느꼈던 감정의 아우성들을

오늘밤 잠시 가두어 두었다가

내일 아침 갓 태어난

순백의 햇살에 쬐여

찬란한 기쁨으로 물들였으면 좋으련만


내 마음의 창에도 블라인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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