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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베짱이 Feb 09. 2023

‘쥬트’와 ‘쥬티’(할머니의 부재)

시 돋는 밤 그리고 새벽 2

우리 집엔 쥬트와 쥬티가 한데 산다

쥬트는 꼬리를 흔들고 쥬티의 꼬리는 항상 멈추어 있다

쥬트는 간식에 진심이고 쥬티는 무관심 그 자체다


93세 노모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TV를 보신다

옆에는 항상 쥬티가 앉아있고

쥬티 등에는 TV리모컨과 핸드폰, 그리고 낡은 돋보기안경이 놓여있다 

노모는 이따금 쥬트를 부른다

“쥬티~ 쥬티~”

대답 없는 쥬티는 동작 그만 상태로,

헷갈리는 쥬트는 슬그머니 다가와 노모 옆에 앉는다


“어머니 쥬티가 아니라 쥬트예요~ 쥬트”

“그래~ 쥬티 어디 있어?...”


더 이상 노모에게 쥬트를 강요하지 않는다

어차피 쥬트도 쥬티도 다 함께 있으니

틀린 호칭은 아니다

사람나이로 70세가 넘은 쥬트도 귀가 어두워

쥬티랑 쥬트가 비슷하게 들릴 터


아무렴 어떤가?!


가끔 오시는 먼 촌구석의 할머니가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반가웁고 정다우면 그만이지


오늘도 쥬트는 쥬티가 되어

쥬티옆에 앉아,

미소 그득한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손가락에 쓰다듬어지는

호사를 누리며

겨울 햇살아래 단잠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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