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없는 삶에 책 끼얹기
최근에 잘 씌였다고 소문난 책들을 탐독해보고 있다.
워낙에 천성이 게으른지라 도통 손에 책을 쥐지 못하는데다가, 주제에 성격은 급하여 어쩌다 잡은 책도 끝을 마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몸인데,
명색이 글 좀 써보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자가 소양이 너무 빈한한 듯하여, 한없이 초라하던 차에
철학자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마치 내가 쓴 것 같다." 거나,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열거해둔 듯 하다."는
평이 자자한 책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흔히들 수상록.으로 중역되어 회자되던
몽테뉴의 "에세(Les Essais)"이다.
수상록은 원본 프랑스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재차 한글로 중역하며 가져온 일본식 제목이란다.
엄밀한 의미에서 내 손에 쥔 책이 프랑스어를 한글로 번역한 첫 저작이니, 조금 더 원문에 가깝달까?
내가 쓰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시작이기도 한 이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내려 보는 중이다.
역시 일천한 독서량과 비례하게
빈약한 문해력 덕분에
처음 읽은 매 순간 동안 온 몸이 뒤틀리는 듯한 답답함에 휩쌓였다.
총 세 권의 책 중 첫권의 3분의 1가량 읽었을 때였나? 돌연, 작가가 내 옆에 앉아 종알종알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취해서 이 얘기 저 얘기 쏟아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박식한 달변가로구나. 생각했다.
나도 이런 글들을 쓰고 싶고,
이렇듯 깊고 곧은 생각들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머리가 띵해지는
표현으로 일단락을 내보려한다.
내가 철학을, 글 쓰기를 멈추지 말하야 하는 이유가, 몇 백년 전의 작가가 고대의 철학자를 인용한 글에 녹아 있었다. ⚓️
어떤 이가 언제까지 철학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의 군대를 지휘하는 자들이 더 이상 당나귀 몰이꾼이 아닐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