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 징검다리
주말. 가족을 만나러 집에 가는 길.
오랜만에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세상 고요하게 미끄러져 가는 것이,
"세상 참 좋아졌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릴 적 잔뜩 긴장하며 홀로 장거리 버스를 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여름엔 더위에 숨이 막히고, 겨울에는 과도한 히터 덕분에 정신이 혼미했더랬다.
그러다가 고통스런 여정의 중간쯤 왔을 때,
금강 휴게소에 도착했다는 기사님의 안내방송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오랜만에 몸을 실은 이번 고속버스의 여정도
금강 휴게소에서 잠시 멎었다.
한밤 중이라 강물 흐르는 소리는 들리되, 고고한 물결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기억에, 휴게소 난간에서 내려다보면
강이 쉼 없이 흐르고,
그 사이사이를 커다란 돌들이 징검징검 놓여 강 건너까지 이어져 있었다.
물 흐름을 온 몸으로 부딪혀 막아서면서 말이다.
십오 분 간 머문 동안
혼자서 속절없이 옛 풍광을 머릿속으로 더듬어 보다가 다시 버스에 올랐다.
사람은 저 돌처럼 그리 살 수 있을까?
거대한 강줄기가 떠밀어 내더라도, 강 저너머 땅에 도달할 길을 징검징검 나아갈 수 있을까?
물질의 가치가 세상 모든 것의 척도가 되어,
바야흐로,
감성, 낭만, 청춘, 기백, 따뜻함, 추억, 애정, 사랑, 우정, 격정, 고요, 존귀, 연대, 등등 쓸만한 모든 것들이 돈으로 치환되어 우습게 소비되는 세상이다.
나 같은 경제에 불감한 낭만추구자들은 감히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여,
가끔은 숨이 가빠온다. (여기 히터 좀 꺼 주세요.)
(작가의 불손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
유치환 시인의 "가난하여"라는 시를 좋아한다.
금강 줄기 한가운데 놓인 징검다리 마냥
얄팍한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일신이 가난하더라도,
곧은 것, 옳은 것, 의당해야 할 것에 족적을 남기라는
그 메시지가
내 삶의 지향점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서이다.
장차, 내 아들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의 전부를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오른 버스의 안락한 좌석에 앉아
오랜만에 시를 조용히 읊으며,
쓰고 쓴 소금이 되어 가고자, 나를 다독여 보았다.
비록 아직은
팔랑귀 보유자로서,
매 순간 휘청휘청 걷는 범부에 불과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