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돌고래씨 Jan 17. 2022

휴지를 타고 눈물은 난다

[왜 우니? 소복이 그림책]

    

  남편은 휴지를 담당하고 있다. 설거지나 청소처럼 휴지를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시키는 역할이다. 이를테면 매운 닭발을 먹고 난 직후라든지 말이다. 사실 그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눈물을 감지하는 일이다. 티브이를 보는 내 옆에서 주로 게임을 하고 있기 마련이지만 공기 중에 흐르는 미세한 눈물 경보를 감지한다. 눈물이 미처 볼까지 타고 내리기 전에 휴지를 손에 쥐어준다. 굉장한 타이밍이다. 작고 여린 눈물들이 창피할 때가 많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에 닿을 때까지 휴지를 갖다 주지 않으면 슬며시 그의 둔함을 탓한다.

“가져와야지!!!”


  소복이 작가님의 왜 우니? 에는 갓난아이의 눈물부터 노부부의 눈물까지 한가득 채워져 있다. 세상에 이유 없는 눈물은 없는 것이다. 눈물에 대한 이토록 따뜻한 이해와 관심이라니...

엄마가 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어서 울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공부가 힘에 부쳐서 운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공부만 잘하면 되는지 모르겠어서 운다.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영영 떠나버려서 울고,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아서 운다. 혼자서도 괜찮았는데 나만 혼자라 외로워서 운다. 자칭 눈물 전문가인 소복이 작가님이 수많은 눈물들을 기억하고 붙잡아둔 기록들이다.


  눈물 전문가인 나도 지나간 눈물과 다가올 눈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 멈춰 서는지, 어떤 순간에 눈물을 보따리째 쏟아내는지를 생각해본다. 웃는 일도 먼지처럼 많지만 우는 일도 파도처럼 결코 쉬지 않고, 어김없이 밀려온다.


  지난가을부터  동네 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한 시간 동안 각자의 글을 쓴 후 돌아가면서 낭독을 한다. 좋았거나 떠오르는 감상을 자유롭게 덧붙인다. 애정과 격려를 양손에 두둑하게 올려두고 사이좋게 나눠 가진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어김없이 투명한 구슬 모양의 눈물들이 주르륵 흐른다. 항상 누군가는 벌떡 일어나 각티슈를 주섬주섬 들고 온다. 슬퍼서 우는 건 아니라고, 이제는 괜찮은지 알았는데, 내가 왜  울지 하면서 운다. 나에게서 흘러 너에게로 가고, 너에게서 또르르 흘러 다시 나에게 온다. 무게는 대체로 가벼운 편이라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한다. 우리의 투명한 눈물에는 날개가 달렸다. 휴지를 타고, 눈물특공대가 되어 날아간다.


  유퀴즈를 보면서도 스우파를 보면서도 눈물을 수시로 훔쳤다. 자신만의 춤을 추는 그녀들을 보며 운다. 한 사람의 삶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밝게 빛나는 모습에서 언제나 어둡고 진한 그림자를 함께 보는 까닭이다. 우는 사람들을 보면 이내 따라 운다. 그 눈물이 눈에서 눈으로 이어진 실을 타고 너울거린다. 외로운 마음이 나오는 그림책을 보면 어김없이 샘은 또 출렁인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군가 가지면 부러워서 울고 누군가 가지지 않은 것을 나만 가졌을 때 서러워서 운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해서 언젠가 사라져 버릴 그들을 생각하며 숨죽여 운다.


  앞으로도 눈물에 초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혼자서도 잘 울고, 누군가를 따라 울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확실하게 눈물의 힘을 믿는다.

웃음에 지지 않는 눈물의 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나오면 어김없이  맑아지고 다시 또 투명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