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엔 크로플과 아메리카노
엄마에겐 달달함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스트레스의 불안한 변곡점
아이는 사랑이다.
날 닮은 얼굴, 모든 게 새로운 삶의 시작.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 기회가 아이로 실현된 것만 같다.
육아는 스트레스다.
왜 아기는 혼자 놀 수도, 혼자 잘 수도 없을까.
엄마를 향한, 엄마만 찾는 아기의 애착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무겁다.
보채는 아이를 먹이고 재우다 밤이 되면, 마음이 울적하다.
한 밤엔 크로플과 아메리카노
도저히 못 참을 땐 배달앱을 켠다. 오늘도 주문은 크로플과 아메리카노. 크로플은 기본이 좋다. 생크림이라도 올리면 칼로리가 죄책감이다. 기본에 충실한 적당한 달콤함이, 밤 시간과도 어울린다.
아메리카노는 아이스다. 따뜻한 것도 좋지만, 너무 진하다. 천천히 마실 수록, 얼음이 녹을수록 더욱 부드러워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밤 시간과 어울린다.
하얀 접시 위에 올려진 크로플의 단아함과, 유리컵에 옮겨 담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부드러움.
바라만 봐도 달콤 쌉쌀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카페에 온 것처럼 예쁘다. 접시와 유리컵에 옮겨 담는 수고로움은 충분히 감수할만하다.
일상의 회복
오늘 저녁 나는 육아의 고된 무게에 짓눌린 35살 아줌마였다.
하지만 고된 엄마의 무게도, 단 돈 6,000원만 있으면 거룩한 모성애의 기쁨으로 돌릴 수 있다.
크로플과 아메리카노는 내가 잃어버린 걸로 잠시 착각했던, 내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또 우울 해질 땐, 즉시 배달앱을 켜고 가장 별점 높은 디저트 집을 찾자.
엄마는 잃어버린 게 아무것도 없음을, 그저 일상의 범위가 조금 넓어진 것 뿐임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