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제품, 지난달에 얼마나 했대?" "B사 조직도 업데이트 하자. 걔네 영업사원 몇 명인지 좀 물어봐." "C 제품 가격 내렸다던데? 진짠지 그냥 소문인지 좀 알아봐."
보톡스, 필러 같은 비급여 의약품 회사에서 시장 조사하는 흔한 방법이다. 본인이 직접 할 것도 아니면서 엄청 쉽게 물어보는 것에 대한 짜증은 잠시 넣어두고.. 실무자는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 비급여 의약품: 건강보험급여 적용 없이, 회사/의사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처방하는 제품. 처방 실적이 따로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 보톡스, 필러 등 대부분의 미용성형 제제가 비급여 의약품으로 판매된다.
1. 영업 사원 활용하기
회사 조직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별걸 다 시킨다는 영업사원의 짜증만 잘 견딘다면, 유의미한 시장 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 영업 조직 특성상, 원활한 판매활동을 위해서 시장 정보를 일부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쟁사 판매 가격 조사 같은 것들.. (경쟁사 판매가를 낮춰 보고함으로써, 우리 제품도 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유도할 수 있다.)
2. IR 공시자료 확인하기
비급여 의약품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자료 중 하나. 회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분기별, 제품별 국내/해외 실적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단, 비상장 회사 자료는 구할 수 없어서, 특히 영세 업체가 많은 품목군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자공시 사이트(Dart)에서 확인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 회사 IR팀을 통해서 IR 배포 보고서로 구하면 좋다. (실적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보기 편하다.)
3. 식약처 국가출하승인 내역 확인하기
보톡스와 같은 국가출하승인(국검) 대상 의약품은 식약처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기간별 해당 제품군(예시: 보툴리눔 톡신)의 모든 국검 승인 내역이 공개된다. 단, 각 회사별 생산 단위(Lot, Batch별 생산 물량)를 알아야지만 자료화가 가능하다. 결국 지인 네트워크를 통한 내부 정보가 있어야 활용 가능한 방법. (예를 들어, A 회사가 1 Lot 당 3,000 vials라는 정보를 알고 있어야만, 해당 회사가 국내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보톡스 물량을 계산할 수 있다.)
식약처 홈페이지 국가출하승인 내역 中 - 캡처
4. 리서치 회사에의뢰하기
충분한 예산 & 회사의 이해만 있다면, PM의 입맛에 맞는 시장 자료 확보가 가능한 궁극의 자본주의 시장 조사. 결과 보고서를 Reference로 홍보 메시지 개발도 가능하다. 단, 비용을 들인 만큼,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는 윗 분들 무언의 압박이 단점..
5.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기 (네트워크)
가장 손쉽고, 빠르고, 정확하다.사실 위에 1~4번 방법도, 아는 지인 네트워크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다. 사실상 가장 정확한 정보지만, 공신력이 없어서 단독으로 자료화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
보톡스 같은 비급여 의약품 회사에서 경력 이직자를 선호하는 장점 중 하나다. 이젠 경쟁자가 된 전 회사의 정보를 필요할 때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마케터는 유관 부서 중 누가 어느 회사 출신인지 알아두면 좋다. ("대리님, 혹시 A 회사 지난달에 얼마 했는지.. 물어봐주실 수 있어요?" → A 회사 시장 조사 완료!)
회사가 요구하는 수많은 보고서와 사업계획들, 그 모든 것은 현재의 정보를 바탕으로 내게 묻는 미래의 전망이다. 그래서일까? 모니터 글씨보다는, 사람과 대화하며 얻게 되는 정보가 훨씬 더 정확하고, 선명한 청사진을 내게 보여준다. 확신을 갖고 글과 말로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