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고 그로 인한 자신의 선한 의지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은 사람과 사람을 보다 깊은 곳에서 연결해준다. / 자유로울 것, 임경선 에세이 中
내 브런치 글은 솔직한가?
최근 글쓰기 강좌를 많이 듣는데, 공통된 이야기는 내 감정에 솔직한 글이어야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옳다구나, 내 기억 속 사건에 대한 과거 그리고 지금의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갔다. 말 그대로 솔직한 내 감정의 산물이니, 이만하면 다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면 계속 핸드폰을 주시한다. 누가 내 글에 라이킷을 하는지, 몇 명이나 내 글을 봤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10분을 못 참고 브런치 앱 통계를 열어본다. 그렇게 반나절, 하루가 지나면 문득 생각한다. 아, 피곤하다. 글 쓰는 것도, 쓰고 난 다음도 피곤하다고.
구독 수가 적으면, 라이킷 수가 빠르게 올라가지 않으면 괜히 초조해진다. 내 글이, 내 감정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매력적이진 않나 보다. 난 아직 내 감정에 솔직하긴 좀 이르는구나, 좀 더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면서 다듬어야지. 여기까지 생각하면, 글 쓰기가 재밌으면서도 조금씩 무거워진다.
'솔직함'에 대하여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 오랜만에 에세이 책을 샀다. 내 브런치 글은 에세이 형태를 띠고 있으니까, 사실은 공부 겸 벤치마킹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솔직함'의 정의에 대한 문구를 보고, 가슴을 찌릿하고 스치는 찰나의 섬광을 느꼈다.
자신의 선한 의지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을 것
내 브런치 글은 정말 선한 의지로 쓰였나? 글을 쓸 때는 분명 그렇다고, 내 경험과 생각이 타인에게 참고가 될 수 있겠다고 자신했다. 그토록 자신했는데, 이 문구를 읽으면서 순간 탁 하고 힘이 풀렸다. '평소의 좋은 마음과 선한 의지'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난 브런치로 나 자신을 드러내었고, 상대방이 인정해주길 바랐다. 상대방보다는 나를 위한 글쓰기였다. 그래서, 구독자 수와 라이킷 수로 인정받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했던 거다.
그걸 알았다고 바로 고치긴 어렵다. 왼쪽 상단의 맞춤법 검사처럼 오류를 바로잡는 게 아니라, '선한 의지'라는 다소 난해한 철학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선한 사람이다
내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평화롭고 행복하길 바란다. 모나게 행동하지 않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통념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니, 나는 선한 사람이다.
하지만 선한 의지를 글로 구체화하는 건 다른 문제다.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방어적인 선함이지만, 글로써 선의를 주는 것은 능동적인 것이니까. 테크닉 하게는 감정에 솔직하면 된다지만, 그에 앞서 솔직함에 대한 본질적인 노력이 먼저다.
나는 솔직해도 되는 사람인가?
내 감정을 타인을 향한 이타심으로 잘 꾸려서, 글로써 전달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의 선한 의지에 대한 확신과 솔직함. 글쓰기로 감정만 표출하지 않기를,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글쓰기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