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나우 Feb 05. 2022

보톡스 유행시키기

웨딩 보톡스 캠페인

* 본 글에 명시된 보톡스는 앨러간 브랜드가 아닌, 보툴리눔 톡신의 일반 명사 의미로 쓰였습니다.



승모근 보톡스 체험기



- 김 주임, 승모근 보톡스 임상시술 팔로업(Follow-up) 하러 가자. 느낌이 어때?

- 과장님, 이거 신기하네요. 다이어트를 안 해서 라인이 얇아진 건 잘 모르겠는데, 요새 어깨 통증이 없어졌어요.

- 그래? 나 아는 실장님도 어깨 아프면 마사지 대신 보톡스 맞는다고 하더라.

- 딱 안마받는 부위가 안 아파요. 대신 속옷 입을 때 좀 불편해요. 팔 힘이 약해져서 등에 후크 채우기가 힘들어요.

- 진짜 신기하네.


2014가을, 승모근 보톡스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당시 승모근 보톡스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가녀린 어깨라인이 필요한 연예인, 예비 신부 혹은 트랜스젠더에게 암암리 유행하는 시술이었다. 몇몇 클리닉에서만 비법처럼 전수되었고, 시술비도 비쌌다.


이번 임상시험의 목표는 승모근 보톡스 시술 가이드를 정리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승모근 보톡스



일명 웨딩 보톡스로 불린다. 정식 명칭은 승모근(Trapezius Muscle) 보톡스로, 어깨 마사지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시술이다. 약 2~3개월 후 마비된 근육 크기가 줄어들면서, 가녀리고 부드러운 목과 어깨 라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는 결혼 신부에게 인기다.


아름다운 어깨 라인을 만들기 위한 승모근 보톡스 (Images from Pixa and Wikipedia)


임상시험 일기



#시술 일주일 후

어깨 근육에 힘이 덜 들어간다. 팔을 등 뒤로 돌리거나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이 조금씩 힘들어진다.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봤지만, 아직 눈에 띄는 라인 변화는 없다.


#시술 한 달 후

가슴 속옷 버클 채우기가 힘들어졌다.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서 그런가 보다. 그렇다고 어깨 감각이 없는 건 아니라서, 안마하듯 주무르면 똑같이 시원하다. 보톡스가 근육 신경만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신기한 건, 마사지를 하지 않아도 어깨 근육이 아프지 않다. 흔히 어깨가 뭉쳤다, 뒷목이 땡긴다 할 때의 통증이 사라졌다. 덕분에 조금 덜 피곤한 상태로 퇴근한다.


#시술 두 달 후

어깨 힘이 다시 돌아왔다. 속옷 입기도 편하고, 만세 하기도 잘 된다. 아쉬운 건 어깨 통증도 같이 돌아왔다는 거다. 승모근 마비가 풀리면서 컴퓨터를 오래 하면 다시 어깨가 뭉치기 시작했다. 어깨 라인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거울을 보면 잘 모르겠는데, 시술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얇아졌다. 다이어트를 병행해서 팔뚝 살이 빠지면, 보톡스 효과도 훨씬 잘 보일 것 같다.



웨딩 보톡스 캠페인




먼저 승모근 보톡스 시술 가이드를 정리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교과서나 논문 자료가 꽤 있었다. 임상 시술 방법을 뼈대로 하고, 관련 논문 자료로 내용을 보충했다. 의학 내용 검수를 위해서 회사 내부 자문의와 학술팀의 도움을 받았다. 혹시 시술에 자신 없는 의사를 위해서, 임상의가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다음은 캠페인 컨셉 기획이다. 애초 임상 목표는 부드러운 어깨 라인의 미용 효과지만, 부수적인 어깨 통증 완화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영업부, 학술팀 등 다각적인 논의 결과, 아직은 생소한 시술인 만큼 보톡스의 미용 정체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컨셉은 부드러운 어깨 라인을 강조하는 '웨딩 보톡스'로 결정됐다.


컨셉이 결정됐으니 이제 판촉 기획이다. 판촉 목표는 '웨딩 보톡스를 도입했을 때 병원에서 얻게 될 이익'을 설득하는 것이다. 3개 메시지를 만들었다.


1. 얼굴 외 바디(Body) 보톡스 시장 진출
2.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고객층의 미용 포트폴리오 추가
3. 1~2번을 통한 병원 수익 모델 확대


웨딩 보톡스의 포인트는 아름다운 어깨 라인이다.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고, 긴 목과 부드러운 팔 라인이 아름다운 웨딩 신부 일러스트를 그렸다. 병원 고객들에게 잘 보이도록, 홍보 안내문과 판넬을 만든다.


이제 캠페인을 알릴 차례다. 클리닉 방문 시 홍보할 수 있도록, 영업부에게 캠페인 취지를 안내하고 홍보물을 나눠준다. 시술에 필요한 보톡스는 우리 브랜드 사용을 제안한다. 캠페인을 통하여 회사는 보톡스 판매를 늘리고, 병원은 수익을 높이고, 고객은 새로운 미용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



승모근 보톡스 유행하다



캠페인은 성공했다. 시술 병원이 늘어나면서, 승모근 보톡스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졌다. 이제 웨딩 보톡스는 한국을 넘어서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파티 문화가 발달한 지역의 미용 시술로 성장 중이다. 의사가 개발하고, 제약회사가 널리 알리고, 다시 병원을 통해서 더욱 발전했다.


최근엔 목/어깨 통증 치료제로도 시술된다. 웨딩 보톡스 성장을 성형외과가 견인했다면, 통증 보톡스는 재활의학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의학계의 다양한 임상 연구와 제약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협업의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다.


2019 IMCAS 글로벌 학회에서 한국 의사가 강의하는 승모근 보톡스. 한국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해피드럭(Happy Drug)"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생활의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여,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 / 2021년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


보톡스로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마케터로서 항상 고민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삶의 이미지를 그려서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시술비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여, 고객 역시 더욱 개선된 삶의 이미지를 찾으면 좋겠다. 회사와 고객 모두의 해피드럭을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악구 보톡스 & 필러 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