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나우 Sep 18. 2022

주말엔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

멍 때리며 자전거 타기

추석 연휴에 충분히 쉬지 못했다. 허리가 아파서 증손자 돌잔치에 못 오시는 시할머니를 위해서, 12개월 아기와 함께 마산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산과 나무를 실컷 봐서 좋았고, 고맙다며 나를 꼭 안아주신 할머님의 함박웃음도 보람찼다. 하지만 나를 위한 휴식이 부족했다. 몸도 피곤하고, 눈과 머리는 어지러웠다.


돌아온 주말, 부모님께 아기를 맡기고 산책을 나왔다. 토요일까지 육아를 부탁드려서 죄송했지만, 운동을 더 미루면 다음 주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등산을 갈까 둘레길을 걸을까 고민하다가, 시원한 바람이 고파서 중랑천 자전거길로 나왔다. 운이 좋은 날인지, 따릉이도 깨끗한 새것으로 뽑았다.


자전거 도로는 한산하다. 잔뜩 구름 낀 날이지만, 어젯밤 빗방울을 아직 머금은 바람이 시원하다.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초록색 수풀과 중랑천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인다. 멍하니 잡생각이 사라졌다. 출근하다가, 일하거나 게임을 하다가도 가끔씩 멍하지만, 산책길에 먼 산을 바라보며 머리를 비우는 멍 때리기와는 효과의 차원이 다르다. 눈과 귀가 시원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2022년 9월 17일 토요일 오전의 중랑천 자전거길


지금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돌잔치, 회사일, 독서 등 해야 할 것들이 자꾸 떠오르지만 애써 무시했다. 모처럼 주어진 혼자만의 휴식을 충분히 누려야겠다. '풀이 엄청 자랐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물을 많이 먹었나 보다. 누가 보살펴주지 않아도, 운 좋게 비 한 번 흠뻑 맞으면 쑥쑥 크는구나. 역시 야생이 강하네' -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된 생각으로 머리를 채웠다. 마치 머릿속이 두 개의 방으로 나뉜 것 같다. 현재에 집중한 생각은 피로감을 주지 않고 뇌를 떠돌다가, 다른 방에 뭉쳐있던 미래에 대한 고민의 무게까지 덜어준다. 눈앞의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오랜만에 푹 쉬었다.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나와서 소파에 앉으니, 온몸이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하다.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다. 다음 주도 잘 살아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덤으로 브런치 글감까지 얻었으니, 오늘 휴식은 진짜 진짜 대성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밌고 귀찮은 명절 선물 고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