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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나우 Jun 22. 2023

김밥 먹으러 출근합니다


우리 회사는 매일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다. 편의점 김밥 혹은 샌드위치를 메인으로 함께 곁들일 음료와 스낵류가 1개씩 포장된 도시락이다. 새벽에 배송된 도시락 더미를 총무팀 직원이 1층 사내카페 옆 책상에 올려두면 출근하는 직원들이 하나씩 집어간다. 사무실 직원 수의 20% 수량만 준비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직원만 먹을 수 있다.


그깟 편의점 도시락 몸에도 안 좋은 싸구려라고 욕하면서도 막상 출근하면 도시락이 남았는지 기웃거린다. 나는 한식 파라서 샌드위치보단 김밥을 더 좋아하는데, 내 취향이 마이너한지 책상 위엔 항상 김밥 도시락 더 많이 남아있다. 덕분에 매일 아침 커피와 함께 김밥을 먹으며 배부른 하루를 시작한다.


별 것 아닌 도시락이지만 의외로 모든 직원들에게 인기 있는 복지다. 바빠서 챙겨 먹지 못하는 아침밥을 누군가 챙겨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든 출근길의 위로가 된다. 덥고 습한 지하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겨우 손가락만 움직여서 휴대폰을 보고 있노라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졸리고 피곤한 이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쾌적한 사무실에서 먹는 맛있는 김밥이다. 얼른 회사로 출근하고 싶게 만드는 훌륭한 미끼다.


덕분에 다이어트 실패의 최대 원흉으로 꼽힌다. 유독 피곤한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면서 이게 다 살쪄서 그런거라고, 내일부턴 절대 아침 안 먹겠다고 다짐한다. 회사로부터 건강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에 불탄다. 하지만 다짐과 의지의 효력은 그때뿐, 다음 날 출근길엔 어김없이 배고픔을 느끼며 김밥을 집는다. 이게 다 먹고살기 위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오늘은 소고기고추장 김밥과 나랑드사이다 제로 그리고 프로틴바가 나왔다. 그린애플 맛 사이다라니, 음식으로 모험하기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침 도시락이 아니면 평생 먹어볼 일 없는 음료수다. 색다른 경험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새롭다. 비록 회사 출근 직후지만 기분이 제법 괜찮다.


김밥, 음료수, 오늘의 견과. 다 합쳐서 5,000원쯤 될 법한 도시락 한 개를 위해서 오늘도 나는 10분 일찍 출근한다. 자발적인 성실한 직원으로 거듭났다. 겨우 5,000원짜리 김밥 한 줄로 설득당했다는 패배감이 느껴지지만 '뭐 어때'하고 금세 평소 기분으로 돌아온다. 원래 사람은 작은 호의에도 크게 기뻐하고, 특히 먹을 것을 나눠줄 땐 감동하며 친해지는 법이니까.


매일 아침 출근길, 작은 도시락 하나로 회사와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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