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SES

나의 고3

by 나나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SES <달리기>-


고3시절은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운 시절이다. 성인이 되기만을 바라며 이 지긋지긋한 공부는 이제 끝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텼다. 그래도 원하는 대학에는 가야 했기에 그렇게 좋아했던 드라마도 영화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공부했다. 밥시간을 아끼기 위해 독서실을 걸어가며 김밥을 먹는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울면서 먹은 적도 있다. 내 기억 속에 나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었다.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시절이었다. 그때 내 mp3플레이어에서 빠지지 않았던 곳은 바로 달리기였다. 물론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당시 S.E.S. 의 팬이었으므로 언니들 버전의 곡을 들었다. 수능이 끝나면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그 말을 믿으며 버텼다.


시간이 흘러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시키는 것만 하면 되고 내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교복, 내가 해야 하는 공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친구들이 지금은 그립다. 성인이 된 이후 나는 방황하였다. 학생 시절에는 시키는 공부만 하면 됐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모든 일을 내가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도 나의 몫이었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살아와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어색했던 것이다.


얼마 전 고3시절 썼던 일기를 찾았다. 먼저 내가 매일 이렇게 일기를 썼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일기를 썼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거의 매일 작성하였다. 일기 속에 나는 오르지 않는 나의 성적에 항상 우울해 있었고, 나의 기억보다 많이 즐기며 고3을 보내고 있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과거이기에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일에서 기다릴게 - 투모로우바이투게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