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창문 틈새에 스민
이상하리만치 따스한
그 겨울밤 별빛을 아직 기억해
차가운 여관방 이불속에
부끄러운 사랑의 자욱
하늘을 날았던 몸짓을 기억해 기억해
별이 쏟아진 다리
우리 야윈 손을 꼭 잡고 걸어가던
길을 걷다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바라보던
그 달 그 밤 그때에
나를 담은 작은 그림들이
지난 낭만의 꿈속에
어른이 된 나는 어지러워
-10c '새벽 4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 혼자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있다. 바로 '나 처음 나올 때부터 이미 알았어!'이다. 아무도 모르는 가수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노래를 영업하고 다녔는데 아주 유명해진 뮤지션이 되었을 때 내가 도움을 준 것도 아니면서 자부심이 생긴다. '나 이미 알고 있었잖아!' 하는 마음.
10cm가 그랬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첫 ep의 새벽 4시를 듣는 순간 나는 느꼈다. 이 가수는 잘 될 것이다. 사실 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눈여겨보지 않았다. 이 곡의 멜로디와 권정열 님의 음색이 너무 좋았다. 새벽 4시라니 어쩜 제목마저 음색에 딱이었다. 당시 출퇴근 길 플레이리스트 1번 곡은 항상 '새벽 4시'였다. 10cm를 유명하게 한 곡은 '아메리카노'이지만 나에게는 이 곡이 10cm를 알려준 곡이다.
내가 응원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이 잘 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아니야. 나만 알고 싶단 말이야. 더 유명해지지 마. 그럼 콘서트 내 자리가 사라지잖아.'라는 마음도 든다. 그러면서도 또 '아니야. 유명해져야 돈도 많이 벌고 그래야 좋은 노래도 많이 나오지. 이렇게 좋은 노래 나만 알 수 없어. 더더 유명해져.'라는 마음도 든다. 두 마음이 항상 공존한다. 나만 알고 싶은 마음과 나만 알 수 없다는 함께 할 수 없는 마음이 함께 한다. 이미 10cm는 그 누구보다 유명한 뮤지션이 되었지만 그 시작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에서 공연 볼 수 있을 때 미리 봐놨다는 것에 나 혼자만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