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중 최고

by 나나

인생의 오복이 수(장수하는 것), 부(재산이 넉넉한 것), 강녕(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유호덕(덕을 좋아하는 것), 고종명(명대로 살다가 죽을 때 편안히 돌아가는 것)이라면 교사생활의 오복은 좋은 학생, 학부모, 관리자, 동료교사 만나고 맛있는 급식을 먹는 것이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나에게는 급식이 가장 중요하다.


20살. 처음 집 밖에 나와 사는 딸이 걱정됐던 엄마는 하숙집을 구해주셨다. 밥 주는 하숙집에서 굶고 다니지는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뜻과는 다르게 하숙집에서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너무 입맛에 안 맞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밖에서 사 먹은 한솥도시락이 더욱 맛있었다. 공짜 밥을 먹기 위해 학교 행사마다 자원봉사단을 지원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저녁까지 남아있다가 끼니를 때우고 집에 갔다. 슬슬 도시락이 지겨워지자 음식을 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해부터는 안된다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자취를 했다. 팥빙수 팥 하나도 직접 만들었다. 반찬을 많이 만들면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다. 학식보다 집밥이 더 좋았다. 내 손으로 해 먹는 음식이 맛있었고 요리가 나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만들어먹지 않는다. 배달음식과 밀키트로 연명하고 있다. 남들은 싫다는 회식이 나에게는 반갑다.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과거 요리를 즐기던 젊은이는 이제 없다. 이렇게 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먼저 입이 짧은 1인 가구라 만들어도 먹을 사람이 없다. 음식을 만들면서 냄새에 질려 얼마 먹지도 못하니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다. 또 한 가지 요리를 위해 필요한 양념이 너무 많다. 다 구비하고 지내느니 차라리 사 먹는 게 더 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에는 요리할 에너지도 없다. 그래서 나의 저녁은 배달음식을 먹거나 간단히 때우는 형식이 되었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는 또다른 이유. 바로 급식이다. 점심시간 급식을 풍족하게 먹는다. 이 얼마나 좋은 시스템인가. 메뉴 고민을 하지 않고도 영양소 가득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청소년기에는 급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너무 사랑한다. 학교에 가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때마다 제철 음식이 나오고 초등학생들을 위한 달콤한 과일과 디저트가 매번 나오는 식단. 이러한 음식을 매일 먹다 보면 저녁쯤은 간단히 때워도 아쉽지 않다.


나는 운이 좋았다. 어떤 곳은 음식이 맛이 없거나 양을 조금 주기도 한다는데 근무하는 학교마다 항상 맛있었고 원하는 양만큼 먹을 수 있었다. 작년과 올해는 가장 마지막에 배식을 받게 되어 남은 과일을 싹 쓸어 담을 수 있다. 어쩌면 소중한 하루 한 끼이기에 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음식을 먹든 집에서 내가 직접 해 먹는 음식보다 나으니까. 이러한 이유로 방학은 위기의 시기다. 출근을 하지 않는 대신 급식도 없다. 온전히 세끼를 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개학이 싫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사랑하는 급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하루 한 번, 평일에만 누릴 수 있는 완벽한 기쁨.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페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