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낮의 페스티벌

by 나나

'음주'는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가무'는 싫어하지만 남이 하는 '가무'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바로 공연과 페스티벌이다. 일 년에 몇 번이고 가던 공연을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잘 가지 못했다. 공연 자체가 없었다. 대면 공연 대신 온라인 콘서트가 생겼다. 빈 객석을 보며 공연해야 하는 가수에게도, 집에서 그 공연을 혼자 봐야 했던 팬들에게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나 또한 공연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이 페스티벌에 꽂혔던 이유가.


때는 바야흐로 2022년, 코로나가 한풀 꺾인 때였다. 2019년 이후 20,21년 코로나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다가 2022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개최가 가능했던 워터밤 페스티벌에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분명 좋아하는 분위기의 공연은 아니었다. 더 늙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너무 핫한 공연이라 궁금했던 걸까.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워터밤에 꽂혔다. 안타깝게도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3일 공연 티켓이 다 매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트위터가 있었다. 종종 트위터로 중고거래를 하기도 하고, 공연 티켓 양도도 받았다. 매진된 티켓을 정가 양도하다니! 나름 철저하게 민증사진과 예매내역 인증도 받고 입금했다. 트위터 계정도 언제 만들었는지, 그동안 어떤 트윗을 했는지 살펴보고 거래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티켓은 오지 않았다. 거래 계정도 사라졌다. 나의 첫 트위터 사기 거래였다. 하... 역시 트위터 거래는 덕후끼리만 해야 하는 거였나. 귀찮았지만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사기 신고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사기꾼에게 사기당한 사람만 몇백 명이었고, 워터밤 티켓뿐 아니라 각종 공연을 다 사기치고 다니던 '꾼'이었다.


한번 좌절됐으니 가기 싫어질 법도 한데 오히려 더 오기가 생겼다. 티켓을 어떻게 구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양도를 받았던가. 암표를 샀던가. 아니면 취소표를 구한 건가. 여하튼 결국 워터밤 3일 중 마지막 날 가게 되었다. 가기 한 달 전부터 늘씬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덜 늙어 보이고 덜 뚱땡이로 보이려면 뭘 입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렇다고 살을 빼지는 않았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는 지인 중 가장 집을 좋아하는 집돌이다. 사람 많고 더운 걸 싫어하는 친구였지만 내심 들떠있는 게 느껴졌다. 성능 좋은 물총도 구비하여 서울로 올라갔다.


잠실 주 경기장에 도착하여 성인인증 후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탈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아... 이건 아닌데' 싶었다. 경기장 통로에 천막으로 만들어 둔 탈의실. 남녀 구분은 되어있지만 천막 구석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내 티켓값과 이 많은 사람들 티켓값으로 이 정도 시설밖에 못한다고?'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공연이 좋을 수 있으니 넘어갔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 구경하면서 신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일 뿐. 쨍쨍 내리쬐는 태양, 후덥지근한 습기, 마시지도 않는 술, 사람들끼리 물총 놀이하며 신나 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멍하니 서있던 나와 친구.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아... 너무 괴롭다. 즐겁지 않다.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간 곳이기에 무대 뒤편에 서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공연도 봤다. 누구를 봤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사람은 너무너무 많고, 덥고, 습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없고(사람 수에 비해 턱이 없이 부족했던 푸트 트럭, 너무도 긴 줄로 인해), 경기장 구석에 피난민 같은 모습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결국 두세 시간 만에 지쳐버렸다. 경기장 한구석에서 흙빛이 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흡사 물에 빠진 생쥐꼴로 더러운 계단 구석에 앉아 있는 꼴이라니. 너무 지친 우리는 해가 지기도 전에 나왔다. 젖은 옷을 천막 귀퉁이에 서서 주섬주섬 갈아입으며 '내가 여길 왜 왔지?'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


한번 다녀오고 나니 아무리 워터밤 소식을 들어도 가고 싶지 않다. 오히려 행사에 쓰이는 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물총들이 다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도 속상하다. 뭐든 겪어봐야 아는 법. 앞으로 나에게 더 이상 워터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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