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떠나고 남아 있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먼저 그대들보다 빨리 떠나게 되어서 미안해. 내가 못하는 마무리를 대신해야 하는 부담을 줘서 미안해.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잖아. 우리의 우정과 사랑으로 그 부분 이해해 줘. 그래도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했으니 그 부담은 없을 거야. 없어야 할 텐데…. 장기는 오래전에 기증 신청 해놨으니 그대로 진행해 줘. 나눠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티끌 같은 재산은 유기견 센터에 기부해 줘. 가장 늙고 아픈 아이에게 쓰일 수 있도록 잘 말해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바다나 강에 잘 뿌려 주면 돼. 죽은 사람 찾아와서 뭐 해. 무덤은 만들지 마.
내가 없는 자리에 울음소리보다는 웃음이 있으면 좋겠어. 우리 함께 했던 사진들 보면서 추억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가 찍었던 영상들을 돌려보거나. 그래! 나의 열정과 영혼이 담긴 그 영상들로 추억해 주면 좋겠다. 그 영상들은 영원히 유튜브에 남을 테니까. 계정이 삭제되는 건 아니겠지? 내게는 소중한 보물들인데. 알지? 영상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못 자고 못 먹고 찍은 영상들이야. 꼭 기억해 줘. 아! 인스타는 공개 계정으로 돌려놨어. 누구든 날 추억 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는 마당에 비공개가 뭔 소용이야. 맘껏 보고 맘껏 추억하도록.
그대들이 있어서 살아 있는 동안 잘 지낼 수 있었어.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시켜 준 남자 친구들, 너희 덕에 외롭지 않았다. 너희도 내 사랑과 애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걸 감사해하렴. 힘든 일과 기쁜 일을 함께했던 많은 친구들, 덕분에 행복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되었어. 같이 상사 욕하고 고생했던 직장동료들, 여러분이 없었다면 진작 실직자가 되었을 거야. 그러면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겠지. 모두가 있었기에 그 시절을 버티고 지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 혼자서는 해내지 못했을 거야. 인생의 3분의 1은 그대들이 채워줬어. 짧든 길든 함께 해준 그대들에게 감사해. 남은 행운이 있다면 다 나눠주고 갈게.
다른 3분의 1은 털복숭이들의 몫이야. 아가들이 있어서 누나가 참 행복했어. 진짜야. 누나는 멍멍이 보러 갈 생각에 신나. 우리 얼마 만에 보는 거야. 마중 나와 줄 네가 있어서 하나도 무섭지 않아. 웃으면서 갈 수 있어. 오랫동안 못 봤다고 몰라보는 건 아니겠지? 우리 멍멍이 눈 다 나아서 누나 볼 수 있지? 그리고 남아 있을 우리 댕댕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 곧 다시 만날 거야. 보고 싶다고 너무 빨리 오면 안 돼. 누나 얼굴이 희미해질 때까지 살다가 와. 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 다리 앞으로 마중 나갈게. 오랜만에 같이 걷는 거야.
마지막으로 나나야, 많이 수고했다. 초년에 고생하고 말년에 핀다더니, 그 말년을 못 즐기고 가는구나. 도대체 얼마나 잘 풀릴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우리 그동안 고생했지만, 느낀 것도 많잖아. 그걸로 됐어. 생각해 보면 즐거운 순간이 참 많았어. 피곤해도 그 피곤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즐거웠던 수많은 공연, 훌쩍 떠났던 여행들, 일 년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꽃놀이, 나름 성실하게 살았던 하루하루, 그 기억만 잘 가지고 있자. 사실, 하고 싶은 일들은 다 했잖아. 그래서 아쉬움도 없잖아.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이야. 미련 없이 갈 수 있다는 게. 그동안 고생했고, 잘 버티고, 잘 지내줘서 고마워.
나 하나 없다고 이 세상 달라질 건 없겠지만, 나 하나 없다고 슬퍼할 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옛일들 생각하며 '그땐 그랬지.' 추억해 주면 좋겠어.
나는 잘 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