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도 평일처럼 덤덤하게.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살아가기.

by 음미소

나는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

그냥, 나의 귀차니즘 성향일 수도 있고, 매년 찾아오는 그 날들을 일일이 신경 쓰고 챙기는 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며칠 전의 크리스마스날.

각자의 장소에서 나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긴 우리 가족.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나는 집에서, 남편은 회사에서....^^

오후엔 두찌와 성당에서 성탄대축일 미사 다녀왔다.


남편은 특히, 기념일을 그다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기념일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한결같이 새벽출근을 한다.

예전엔 못마땅했던 남편의 가치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이런 한결같은 꾸준함이 참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기에......

이렇게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남자를 내가 그리도 미워하고 잔소리하며 자존심을 깎아내렸었다니...


그리고 우리 가족은 휴가도 없다. 아이들 어릴 땐 참 속상해서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했다.

나와 아이들은 형부의 주도 하에 친정식구들과 매년 2회씩 여행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한 켠으로는 우리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결혼 18년째, 남편은 여전히 한결같이 회사에서 휴가도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난 예전처럼 불만을 갖진 않는다. 그저 성실한 남편 덕분에 나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 감사할 따름.

결혼 20주년에 우리 가족 가까운 곳으로 여행 한 번 다녀오자고 권유는 해 봐야겠다^^


기념일을 평일처럼 여기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념이 될 만한 소품은 배치해 두긴 한다.

지금 우리 집은 약간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두찌가 만들어 온 소소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어 준 상태.

크리스마스 당일엔, 텔레비전을 켜고 유튜브로 들어가서 크리스마스캐럴 영상을 틀어두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유리창에 전구를 트리형태로 붙이고 트리볼을 걸어두며 나름 화려하게 꾸미기도 했지만, 작년부터는 그마저도 없다.

왜냐? 치우기가 귀찮아서....^^

남편도 ‘케이크 하나 사야지.’ 하며 나름 기념일을 챙긴다.

이번 크리스마스 케익은 특별히, 직접 만들었다.

최근에 유튜브 케이크 만드는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들고 싶었는데, 때마침 크리스마스이니 그 핑계로^^


우리 가족..... 크리스마스이브날 밤에 두찌와 함께 만든 케이크 하나 거실테이블에 올려두고 두찌가 혼자 준비한 우리 가족 선물을 증정하는 증정식을 했다.

두찌가 참 대견하고 고마우면서도, 속으로 '아...돈 아깝다...‘ 란 생각도 함께 들었지만, 이내 지웠다.

돈을 잘 안 쓰는 짠순이 두찌가 우리 가족을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무얼 살까 고민하고, 흔쾌히 본인 용돈으로 선물을 구입했다는 그 자체가, 그 마음이 참 예쁘다.



기념일도 평일처럼 지낼 수 있게 된 계기는,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그 날의 할 일들을 정성스럽게 행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모여, 나의 매일이 기념일, 선물 같은 날이 되고, 각종 이벤트성 음식과 물건들에 돈을 쓴다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념일, 공휴일, 주말이라는 핑계로 이벤트성 소비를 하던 예전과는 다른,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보내게 된 것 같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엔 특별한 감정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한 어떤 작업? 같은 건하지 않는다는 것.

내 생일도 그저 '쿠우쿠우'에서의 외식이면 족하다.

‘쿠우쿠우‘ 초밥뷔페식당을 매우 좋아하지만, 갈 이유가 없으면 선뜻 못 가는 곳으로 여기고 있기에, 내 생일은 나름 갈 이유가 충분히 되니까 그 핑계로 행복 가득함을 안고, 건강한 음식 위주로 맛있게 즐기고 온다.


그럼에도, 부모님과 관련한 기념일은 꼭! 잊지 않고 챙긴다. 특히, 친정부모님은 기념일을 매우 특별한 날로 여기는 분들이라.... 나의 가치관은 내려놓고, 충분히 챙겨드린다.

(나와 남편은 챙기지 않는, 친정부모님 결혼기념일까지 아직도 열심히 챙기고 있는 중...^^)









돈이 많지 않아도,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 가는 일이 없어도 건강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자체로 난 너무나 행운아다.

그래서 난 매일이 기념일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선물들에 감사하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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