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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 May 13. 2018

넷플릭스 페미니즘 미드 추천 1

페미니스트인 당신을 위한 넷플릭스 안내서

넷플릭스는 한 달에 월 만2천원을 결제하고 원하는 컨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유료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 휘몰아치는 넷플릭스의 영화/드라마 바다 속에서 페미니스트인 당신이 페미니즘 미드를 찾고 있음을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준비해봤다. <넷플릭스 페미니즘 미드 추천>!


학교 내에서 발생한 젠더폭력의 고리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이 드라마는 학교 내에서 여성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겪고 보게 되는 젠더폭력의 양상을 섬세하게 잘 그렸다.  드라마의 시작은 해나의 자살과 자살을 한 13가지 이유를 담은 테이프를 남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13명의 사람들에게 차례대로 전달되면서 듣도록 한다.  해나가 지목한 첫번째 사람은 저스틴으로, 저스틴은 해나와 놀이터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몰래 해나의 사진을 찍어 학교에 퍼뜨린다. 학교에 전학온지 얼마안되 친구가 없던 해나는 이 사건의 여파로 외톨이 생활을 시작한다.

'남자애들이 어릴 때 다 그렇지'라는 말은, 남성들이 '그래도 되도록' 사회화시킨다.

 해나의 친한 친구였던 알렉스는 잘나가는 남자아이들의 무리에 편입되기 위해, 섹시한 엉덩이(hot ass) 1위로 해나를 지목한다. 해나는 성적 대상으로 지목되어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알렉스는 그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잘나가는 남자아이들의 무리에 편입된다. 남성적이지 못한 남성이, 남성 위계의 하층에 위치한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놀이'를 공유하는 것을 통해 남성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이 잘 드러났다.

 남성연대는 여성을 평가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면서 형성되고 공고화 과정을 거친다.

주인공인 클레이의 경우는 섹시한 엉덩이로 지목된 것이 칭찬이지 않냐며 해나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안타깝지만 전형적인 한남의 반응이다.) 테이프를 듣고 해나가 겪은 고통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것이 해나에게 폭력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 외에도, 해나에 대한 스토킹과 몰카, 성추행 등이 이어진다. 안타깝지만, 여자 아이들은 해나가 겪는 고통의 동반자가 되기보다는 외면하거나 동조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또한 공범이 되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한편 이 때 우리가 해나가 겪은 폭력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점은, 해나에게 가해진 폭력이 해나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낙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성에게 가장 치명적인 낙인이며 폭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안다. 우리가 학창 시절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 소문이 당사자 여성에게 어떤 폭력으로 나타나는지 잘 알 수 있다.

 "해나야 진심으로 널 좋아해" "왜 그걸 내가 살아있을 때 말하지 않았니" 해나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던 클레이의 회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맴찢 장면 1위

  아프고 힘든 이야기지만,  슬픔을 슬픔만으로 표현하지 않는 연출이 명작이다. 해나의 아픈 얘기 뿐만 아니라, 스윗한 순간들도 나오고, 그 스윗한 순간이 이어지길, 해나의 자살이라는 결말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덧붙여 한회 한회 영화같은 연출과 OST가 아름답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 관한 페미니즘 리뷰는 더 자세하게 곧 써서 올릴 예정이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이토록 리얼한 육아 <렛다운>

  <렛다운>은 지독하도록 현실적이게 육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산 직후임에도 팽팽한 피부와 날씬함을 자랑하는 여성은 없다. 아이가 밤에 통 잠을 자지 않아 밤새도록 운전을 하며 잠을 재우는 모습, 모유수유를 할 때 커피를 마시면 안되지 않냐는 잔소리를 피해 몰래 커피를 마시는 모습, 출산 후 섹스를 시도하지만 출산 과정에서 얻게 된 치질과 아기의 울음 때문에 포기하는 모습 등등이 유쾌한 유머와 버무려져 보여진다.

케이트 미들턴의 출산 직후 모습이 화제였다. 많은 비교짤이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출산 직후의 여성에게도 우리 사회는 얼마나 꾸밈노동을 강요하는가였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주인공 오드리는 딸을 잠시 맡겨둔 채, 파트타임 일을 하게 되는데 아이가 보고 싶지 않냐는 말에 답한다. 사실 안 보고 싶다고. <더 렛다운>은 지난한 육아과정과 그것을 겪어내는 엄마들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서 아름답고 신성화되었던 모성 이데올로기를 깨부순다.


<제시카 존스> : 데이트폭력 피해자에서 히어로가 된 여성영웅의 서사

  <제시카 존스>는 제작 과정에 있어 생생하게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담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시즌2는 모두 여성 감독이 맡았을 정도다. 시즌1은 친밀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을 잘 담아냈다. 주인공 제시카는 불의의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되지만 때 마인트 컨트롤을 할 수 있는 킬그레이브를 만나 조종당하게 된다. 킬그레이브에 의해 원치 않는 폭력을 저지르고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가져야했던 제시카는 말한다. 동의가 없었으니 그건 강간이라고.

동의가 없다면, 그건 강간이다.


킬그레이브에게서 탈출한 제시카는 사립탐정을 하며 살아가지만 킬그레이브로 인해 PTSD를 겪으며 힘겨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대학생 사건을 접하게 되고 킬그레이브를 추적해간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에서 킬그레이브라는 폭력의 존재를 해결해나가며 영웅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그 과정에서 제시카는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여러 조력자와 함께하지만 무엇보다 여성 자신의 힘으로 목표한 바를 해결해나간다. 제시카를 피해자로만 박제한 것이 아닌, 피해의 고통이 혼재된 가운데 영웅으로 성장해나가는 서사가 매력적이다.


<거꾸로 가는 남자> 성별 권력관계가 뒤바뀐 사회에 떨어진  프랑스 '한남'

  '잘 나가는 남자' 다미앵은 성별권력관계가 뒤바뀐 세상으로 가게 된다. 공대 출신의 전문직이었던 다미앵이 이 세계에서 갈 수 있는 직업은 작가의 남비서 자리 정도밖에 없다. 어떤 옷을 입고 가도 성적 대상화되기 일쑤고, 매일매일 제모하며 온몸 관리는 필수다. 영화는 성별권력관계가 뒤바뀐 세상을 보여주며,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실은 남성중심사회에 의해 요구된 것임을 보여주며 영화적 미러링을 한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그래도 프랑스 정도면 성차별이 덜할 줄 알았는데 하고 탄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꼴페미' 영화가 만들어진 거 보면 그래도 이 땅의 그것보다 낫지 않은가.



<빨간머리 앤> 소녀의 성장 이야기.

 넷플릭스가 몽고메리의 원작을 페미니즘적으로 잘 각색했다. 특히 앤이 소리치며 말하는 " girls can do anything that a boy can do"가 압권이다.

"girls can do anything that a boys can do! and more!!"

 앤을 키우게 된 마릴라는 여성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때 여성 참정권 운동과 여성 교육 운동을 했던 초기 페미니즘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앤은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며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고아 출신에 여자아이인 앤이 '잘난 척'하는 것을 좋게 봐줄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변하는 것과, 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편 주목해볼 점은 입양된 앤과 마릴라 · 매튜 남매로 구성된 '비'정상가족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다. 지금껏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이외의 가정들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던 것에 반해 드라마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동정의 시선도, 우려의 시선도 없이 그저 하나의 가족의 모습일 뿐이다. 참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바로 앤의 첫사랑인 길버트의 스윗함이다. 머리를 잡아당기고 아이스께끼 하는 것이 '다 니가 좋아서 그래'라고 여겨지던 것은 끝났다. 길버트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쏘스윗하다. 건강하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비폭력적 남성의 이미지로 각색함으로서 대안적인 남성성을 제시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윗주의 참고로 필자의 첫사랑은 앨버트로 바뀌었다.


앞으로도 <페미니즘 미드 추천>은 계속 연재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엔 꽤 많은 페미니즘 미드가 많고 필자가 올릴 리뷰도 무궁무진하다. 많이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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