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인 Feb 02. 2020

[짧은 서평] 일의 기쁨과 슬픔

노동자와 소비주체가 교차하는 세속의 한가운데

한줄평 : 노동자와 소비자가 교차하는 세속의 한가운데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감각적인 노동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이분법적으로 구획된 한가운데, 노동자가 겪는 인권 침해를 소리쳐 고발하기기보다는, 평범하고 세속적인 한 직장인(대부분 여성)이 겪는 이야기였다. 그 직장인 여성은 축의금을 얼마를 줄지 복잡하게 계산하기도 하고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부당함을 겪기도 한다. 백화점 매니저로 일하며 청소 도우미를 고용한 가운데, 노동자이자 고용주로서 미묘한 내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 숭고하지 않다. 그래서 정확히 이 소설이 '감각적인 노동소설'인 이유는, 노동자이자 소비주체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입사한 알파걸은 평범하지만, 남성 동료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승진이 불리한 것은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사에게 잘못 보이는 것은 평범하지만, 그 결과로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 여성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사는 건 평범하지만, 성매수 남성들이 그 집을 성매매 장소로 착각하고 찾아오는 것도, 그들 중에 헤어진 전 남자 친구를 발견하는 것도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익숙해진 부당함을 익숙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감각적이고 차갑다.


매거진의 이전글 [짧은 서평]페이드 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