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기 싫어하는 이유

귀하고 아쉽다.

by lotus

나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가기 싫어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도 나 스스로 가 본 적이 거의 없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 나의 내향성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한 건 그런 붐비는 곳에서 가끔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서인 것 같다.


오늘은 싱싱한 고기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를 다녀왔다.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아침 일찍 갔음에도 주차장에 댈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과 차들이 많았다. 앞차를 따라가며 주차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잠시 멈췄던 앞차가 갑자기 내 앞에서 후진등을 켜서 조금 놀랐다. 내 차가 서 있던 옆 빈자리에 주차를 하려는 거였다. 나는 황급히 놀라 뒤의 차를 살펴본 후 비상등을 켜고 조금씩 후진을 했고 내 뒤의 차도 후진을 해서 물러났다. 주차할 자리를 찾으면 무조건 레버를 후진으로 놓지 말고 비상등을 한번 켠 후 뒤차를 한번 살펴보면 좋겠는데... 아쉽다.

매장 입구에서 카트를 뺀 후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서서 입장하려는데 위층에서 내려오던 한 여자분이 카트를 끌고 줄이 비길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내가 조금 속도를 늦추어 끼워 주었다. 근데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는지 그냥 불쑥 들어와 내 앞에 선다. 눈에 띌 듯 말 듯 작은 목례나 미소가 아쉽다.

매대에서 내가 사려는 물건을 눈으로 찾으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앞에서 오던 카트가 내 카트 가장자리를 치고 지나갔다. 살짝이라 큰 충격은 없었지만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아쉽다.

마침내 매대에서 물건을 찾아 가격과 성분표를 읽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눈앞으로 낯선 이의 손이 불쑥 들어오더니 물건을 집어 간다. 그냥 "잠시만요." 내지는 "실례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아쉽다.

카트를 매대 중간 통로에 어정쩡하게 세워놓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카트(의 주인) 때문에 카트를 뒤로 뺐다가 다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있다. 작은 배려가 아쉽다.


별 거 아닌데, 그냥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불편하겠지? 이렇게 행동하면 조금 낫겠지? 하는 생각과 작은 실천만으로도 참 아름답고 편리하고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마트 주차장에서 나올 때 길 건너길 기다리는 분이 횡단보도에 서 계시길래 뒤에 마침 차도 없고 해서 멈춘 후 지나가시라는 손짓을 했더니 그분이 너무나 정중하게 목례를 하고 지나가신다. 그분의 옷차림, 외모는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멋지고 일단 나의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 항상 인구가 밀집된 사회다 보니 내가 조금 어리바리하면 줄도 못 서고 자리도 못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빠릿빠릿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본 개념이 우리 뇌리에 탑재된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이 기본 개념에 작은 매너, 소소한 배려가 함께 한다면 참 귀하고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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