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히스토리 #집의 의미
나는 가끔 vod로 '구해줘 홈즈'를 본다. 원래 남의 집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최근엔 그 컨셉이 바꼈는지 연예인의 고향 임장을 하기도 한다. 마침 내가 그날 본 편에는 개그맨 윤정수 씨가 게스트로 나왔다. 윤정수 씨가 소위 잘 나갈 때 서울에서 이사다녔던 동네(주로 강남)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듯이 임장하는 줄거리여서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근데 맨 마지막 집은 하필 윤정수 씨가 경매로 넘긴 펜트 하우스 바로 그 집이었고, 여러 감정이 오묘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그는 그 집을 찾아갔다. 약 20여년 전 어머니와 같이 살던 그 좋은 집이 마침 매매로 나왔다니 이런 드라마틱한 일도 있구나 싶었는데 방송을 다 찍고 전 스태프들이 나간 후에도 그 집을 떠나지 못하던 정수 씨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둘러보다가 "엄마, 이렇게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저 잘 살게요" 하고는 그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 그만 찡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성공했다고 자타가 인정할 무렵 구입했던 집, 청각장애가 있으신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와 살았던 집,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더미에 앉아 포기하듯 경매로 넘겼던 집...
누구라도 그 상황에 눈물흘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듯하다. 다른 패널들도 예상못한 감정의 쓰나미에 어찌할 줄 몰라하며 갑자기 비춰진 카메라 앞에서 티슈 등을 찾느라 분주했다. 그때 한 패널이 눈꼬리를 티슈로 꾹꾹 누르면서 "이 프로그램이 원래 이런 게 아닌데..." 라고 말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결혼한 후 약 4년만에 우리집을 장만했을 때 우연히 직장에서 그 소식을 전해들은 한 선배님은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집은 서울에 사야지~" 살짝 당황했던 나머지 지금 같으면 꼰대라고 엄청 속으로 욕했을 것 같다. 사실 그 말이 틀린 게 아닌 게 만약 그때 집을 서울에 샀더라면 지금의 값보다는 훨씬 가격이 뛰었으리라.
그러나 그 집을 산 후 양가 부모님이나 주변으로부터 들은 칭찬과 부러움(뭐, 그게 그렇게 대단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선택이 우리에게 집 이외의 것들에 더 집중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안정감 등을 토대로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잘 살아내도록 해 줬다.
물론 지금은 다른 집에 살고 있지만 그때 살던 동네를 지날 때면 그때 내 얼굴을 붉히게 했던 그 분의 말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보다 내가 그 동네에서 살면서 켜켜히 쌓았던 행복감이 추억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집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 내가 왜 이렇게 몰입하나 생각해 보니, 집이라는 단순 건축물이 아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살았던 추억, 미래에 살면서 만들어갈 모습을 그리기 때문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