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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한 아파트 역전세 뚜들겨 맞은 썰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by 위기회

12월 크리스마스이브, 한창 먹고 마시며 즐거운 쏠클(솔로 크리스마스)을 즐기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응?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어? 삼성 부동산이네? 왜 전화하셨지?


네 사장님 안녕하세요~


사모님~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302호 세입자가 두 달 뒤에 집 뺀다고

전세 계약서를 놓고 갔어요~


네?? (싸늘하다) 두 달 뒤면 언제요?

2월 말이요?


네에 2월 말이요.

사모님이 들어와서 사실 건가요?


아아 아니욧! (당황) 세입자 새로 구해야 하는데

요즘 전세 시세가 어떻게 돼요?


시세보다 싸게 내놓고 전세입자 바로 맞추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변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아서

전세가가 많이 빠졌어요.

3억 8천에 내놓으면 될 거 같아요.


에에에? 3억 8천이요?

헉. 3억 9천도 힘들까요?


네에 사모님. 수리가 안 되어 있어서

싸게 내놓으셔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럼 알겠습니다 ㅠㅠ 잘 부탁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10분 뒤에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이 등록됐다는 문자가 왔다. 갭투자의 희망 회로는 전세금이 오르면 오른 금액만큼 투자금을 회수해서 현금 흐름을 만드는 건데.

나는 역전세를 맞았다. 그것도 6천만 원이나. 일이천도 아니고 육천이나 역전세를 맞다니. 눈앞이 캄캄하고 입맛이 쓰다. 하아.


역전세를 맞은 배경은 종합적인데 그중 하나가 주변 신축 아파트 입주다. 신축 아파트의 전세 물량도 아직 다 안 빠진 상태라 그 여파로 주변 아파트의 전세가가 하락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동네 환경이 좋아지고, 신축 아파트 매매가에 키 맞추기로 주변 아파트의 시세도 오를 것을 기대했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장엔 전세가가 출렁였고 난 그 파도에 휩쓸릴 참이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천만다행으로 신용대출 한도와(마통 만세) 부모님의 도움으로(못난 딸래미) 역전세난 6천만 원은 현금 박치기로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 집 살 때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내돈내산이라 뿌듯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너무 속상했다. 부모님은 결혼할 때 주려는 돈 미리 주는 거라고 마음 편히 받으라고 하셨지만 정말 죄송했다. 근데 또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넙죽 받았다.


동아줄 같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역전세 맞은 전세금은 마련했다. 휴~ 다시 마음 놓고 친구들과 연말 송년회와 새해 신년회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파뜩 정신 차렸을 땐 어느새 1월 중순이었다. 1월 중순이 되자 불안이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한 달 반 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 어떡해....;;;


부동산에서 어련히 잘 해주고 계시겠지만 불안해져서 회사 점심시간을 틈타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요새 전세 보러 오는 사람은 좀 있어요?

이제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걱정이 되여ㅠㅠㅠㅠ


네 사모님. 집 보러 오는 분들은 있는데

다들 수리된 집을 원하더라고요.

엊그제 거래된 집도 화장실이랑 부엌은

리모델링된 집이에요. 이번에 수리하시는 건 어때요?


네? 에??? 수리요…? 아... 어디를요?

(세입자 나간다고 할 때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면 분명 전세를 저렴하게 살고 싶은 사람한테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희망회로였다. 그동안 너무 아둔했던 스스로에게 현타가 왔다.


왜 이렇게 속 편하게 생각했던 거야... 아 진짜 어떡하지. 집수리라니?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옵션이다. 인테리어 맡기면 눈탱이 맞을 거 같아서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인테리어 비용은 또 어떻게 구하고... 하아...



우선 부동산 사장님께 집수리는 고민해 보겠다고 말한 뒤 잘 부탁드린다고 우는 소리를 내며 통화를 마쳤다.


하 진짜 미치겠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ㅠㅠㅠㅠㅠ 갭투자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 역전세에 집수리라니.



첩첩산중이다.



행운의 파랑새야 날아와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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