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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함과 무모함을 가르는 차이

파랑새 언니의 뒤를 따라라

by 위기회

부동산 사장님과 전화를 끊고 마음이 착잡했다. 전세금을 더 낮춰야 하나? 인테리어는 어디에 맡기지? 인테리어 견적은 얼마나 나오려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현실 자각을 하니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 매매 계약 때 인연을 맺은 삼성 부동산과의 의리와 어차피 네이버에 검색하면 전세매물이 다 나오니까 부동산 한 곳에만 올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리는 무슨. 최대한 많은 부동산에 매물을 올려둘 걸 그랬어. 이제라도 아파트 인근 부동산 여섯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전세 내놓으려고요. 수리한 집은 전세 얼마에 나가요?"


수리된 집과 수리가 안된 집의 전세 시세를 알아봤다. 수리가 된 집들은 전세 시세가 좀 더 비쌌다. 그래서 나도 현 상태 3.8억, 도배/장판/부엌/화장실 수리 시 4.2억으로 다른 부동산에 매물 등록을 요청했다. 삼성부동산에선 전세를 빨리 빼려면 수리하고 3.8억에 내놓으라 했었는데! 일부 수리를 하고 전세금을 더 받는 대안이 생기자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역시 부동산도 여러 군데 말을 들어봐야 한다. 앞으로 집을 팔거나 세를 내놓을 때 최대한 많은 부동산에 올려야지.

이렇듯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뭐라도 배우는 게 있다. 조금 기운을 차렸다.


그런데 만약 세입자가 한 달 안에 안 구해지면 어떡하지? 마냥 세입자가 구해질 거란 희망회로를 돌리기엔 이미 지난 한 달간 전세가 안 나갔는 걸.. 그때 마침 행운의 파랑새가 날아들듯 B언니한테 카톡이 왔다.


“아파트 어떻게 됐어?”


B언니는 나보다 먼저 2~3년 전에 서울에 내 집마련을 했다. 내가 부동산 세계에 눈을 뜨게 도와준 것도 B언니다.

B언니를 통해 부읽남과 송희구 작가님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팟캐스트 여둘톡도 즐겨 듣는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인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B언니를 곁에 두어 나의 세상이 넓고 이로워졌다. 홍익인간 정신인 줄 알았는데 톡토로 정신인가?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B언니 덕분에 유익하고 좋은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


“한 달 반이면 시간이 별로 없네. 대출도 알아봐. 세입자 구해지면 실행 안 해도 되니까.”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대출 전문인 연락처도 줬다. B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고 곧바로 대출 전문인에게 연락을 했다. 보험사 대출 물량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에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정말 산 넘어 산. 뜨악이다.


회사 점심시간을 틈타 대출 접수를 위한 서류를 빠르게 준비하고 문자로 전달해서 대출 심사를 진행했다. 그 뒤 일주일 간 수시로 네이버에 등록된 전세 매물을 살피고, 대출 예상 한도를 확인하고, 대출이자를 계산하며 나름대로 대비를 하려 노력했다.


잘 풀리면 별문제 없이 넘어갈 일도 아다리가 안 맞으면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 됐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이 큰 몇억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라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부모님은 나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하실 분들이라 부모님 앞에선 괜찮은 척하고 뒤에서 B언니에게 많이 의지했다. 평소 남들한테 징징거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때는 B 언니가 나의 대나무숲이었다.


좋은 소식은 큰 리모델링 없이 도배와 LED 전구를 교체하는 수준에서 3.8억에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이전 세입자가 나가는 날과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이 한 달 정도 텀이 있다. 그래서 결국 주담대 대출을 실행하고 대출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게 됐다. 신용점수가 높으니 대출은 문제없이 나올 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막판에 DSR 한도에 걸려 주택담보대출이 잘 안 나올까 봐도 너무 무서웠다. 흑흑.


이자와 각종 비용들이 아깝지만 한편으론 그 큰 금액을 빌릴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싶다. B언니의 조언대로 대출을 미리 알아봐서 급한 불은 껐다. 이번 일을 겪으며 돈으로 쫄리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데 호랑이 밥이 될 뻔 한 걸 B언니가 구해줬다.


역전세, 현세입자 나감, 다음 세입자 안 구해짐, 집수리 필요, 주택담보대출 DSR 이슈


지뢰 밟기처럼 뭐가 자꾸 연이어 터져 아연실색하는 나와 그런 나를 건져 올려준 부모님과 B언니에게 진심으로 감 사하다. 용감함과 무모함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거 같다. 용감하게 저지른 일이 무모하게 비치지 않으려면 꼼꼼히 알 아보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큰돈이 걸린 일엔 잘 되겠지~라는 희망회로 보다 만약에 안 되면 어떻게 할지 최악을 대비하는 방식으로 준비해야겠다. 부동산은 시간도 돈이다. 이자를 아껴야지! 마통도 내 돈인양 쓰지 말고 열심히 저축하고 갚아 나가야겠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게 많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무서움도 느끼고...!!




똑똑하고 야무지게 앞서 가는 B언니의 뒤를 따를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고 행운이다.

언니가 나의 파랑새였어. 파랑새 is everywhere.




달콤한 하루 보내세요! 주말을 앞두고 신이 납니다. 머리 비우고 퍼질러 있으려고요. 뒹구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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