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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되자 보이는 것들

구축 아파트 매수 후기

by 위기회

수도권에 6억 대의 구축 아파트를 갭투자 했다.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기엔 자금이 부족했고 돈을 좀 더 모은 뒤에 사는 게 나을지도 고민했다. 부모님도 결혼하면서 집을 사는 게 어떻냐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왕에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김에 굳이 결정을 미루고 싶지 않았고, 마침 급매가 나왔다고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저질렀다.


그렇게 내집마련을 성공했다. 성공은 모르겠고 일단 했다. 그동안 유주택자가 되면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질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유주택자가 되니 부동산에 인사이트가 생겼다느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느니 하는 건 없다. 대신 부동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집을 산 직후에는 빨리 아파트값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우리집이 오르면 상급지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날아간다. 그럼 갈아타기가 어려워질 테니 이제는 인플레이션 정도로 살짝 반등하면 좋겠는 마음이다. 첫 주택을 매수하자 갈아타기 하고 싶은 넥스트 아파트가 보인다. 대한민국 부동산 매수의 첫 시작을 했으니 2~3년 뒤에 빨리 팔아치우고 싶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더 먹음직스러운 두 번째 수저를 뜨겠어!


모르는 부동산에 전화하기, 부동산 사장님과 연락하기, 매매/전세계약서 쓰기 등 그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일들의 두려움이 작아졌다. 어른의 일 같고 무서웠는데 한 사이클 돌아보니 또 겁먹을 일도 아니다. 어느새 내 나이가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의 나이이기도 하고.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의 영역에 들어가야지.


특히 이번에 전세를 새로 맞추며 부동산과 연락할 일이 많았다. 서울 상급지는 매수 문의가 많아서 부동산 사장님들이 차갑다고 하던데 (아닐 수도), 내가 거래한 두 곳의 부동산 사장님은 모두 친절하시고 잘 대해주셨다. 부동산 사고파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국엔 ‘관계와 정’ 보다 급매 나왔을 때 연락 주는 사장님과 전세 빨리 빼주는 사장님이 최고지만.


가장 크게 경험한 건 '돈으로 쫄리는 기분'이다. 무주택자일 땐 계좌 잔액에 1억이 찍혀 있었는데 지금은 마이너스 통장(이하 마통) 인생이다. 마통 한도가 넉넉할 때는 그 한도도 내 것인 양 해외여행도 가고, 친구와 맛있는 것도 먹고 돈 씀씀이에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역전세를 맞고 마통 한도를 다 끌어 쓰고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니 돈으로 쫄리는 기분을 지대로 느꼈다. 이율이 높아도 나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1금융권, 2금융권 가릴 것 없이 감사합니다! 줍쇼! 할 판이다. 올해는 씀씀이를 줄이고 열심히 돈을 저축해서 마통을 빨리 갚아야겠다. 하우스푸어가 되니 해외여행에 망설여지는 것이 가장 아쉽다.




부동산을 취득해 보니 배운 것이 나름대로 많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그 배움에 많은 세금과 이자 등 매몰 비용이 애석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부동산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쳐서 경험해 보니 배움의 깊이가 다르다. 이제는 DSR 규제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피부로 와닿는다. 집을 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실감 나는 부동산 정책.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되자 부동산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부동산 세계에 눈을 뜬 이상 서울 상급지 아파트에 등기를 치고 싶다. 욕망에 비해 월급은 몇 년째 동결이고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지만 (연봉 인상률 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크게 체감된다.) 꿈은 크게 가져야지.


아직 내집마련을 한 지 1년이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갈아타기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한 달에 250만 원씩 저축해서 일 년에 3천만 원을 모아야 하는데 헛웃음이 난다. 껄껄. 작고 소중한 내 월급. 다이어트도 할 겸 식비도 줄여야 할 지경이다. 일단 계획은 그렇다. 꿈은 크게 가져야지 222


행복회로를 펼쳐보자면 (상상은 공짜~) 현 아파트를 6억 대에 매수했으니 다음 아파트는 8억 중후반으로 갈아타기 하고 싶다. 그러려면 아파트 매도 차익과 앞으로 저축할(응~ 일 년에 3천~) 돈을 합쳐서 2억 중반으로 만들고, 신용대출 1억을 더 받아서 3억 중반으로 갭투자를 하는 것이다. 매매 8억 5천, 전세 5억 정도? 위치는 서울에 진입하고 싶고 아니면 서울이랑 가까운 경기도 성남시 정도. 드림스컴트루~!




전세 맞추느라 매수한 아파트에 갈 일이 근래 많았는데 서울에서 거리가 있으니 정말 가는 것도 일이다. 퇴근하고 잠시 들러서 부동산 계약할 수 있는 마포가 참 좋아 보인다. (응~그림의 떡) 갈아타기 3번이면 서울 강남구 입성이라는데~ 그짓말~


그래도 지치지 않는 마음으로 부의 사다리에 오르고 싶다. 아윌두뎃! (갑자기 영어)



언젠가 내 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걸테야
평일에 휴가 쓰고 대출 실행하고, 전세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마음이 지치는 기분에 찾은 예술의 전당 전시회. 그림을 보며 위로 받는 기분이 들았다.
미쉘앙리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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