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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Sep 20. 2024

사는 곳이 변하자 생활이 달라졌다.

다르게 흐르는 일상의 시간과 장소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하는 일, 만나는 사람,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바꿀 수는 없으니 셋 중 하나라도 바꾸고 싶다는(바뀌면 좋겠다는) 갈망이 있었다. 늘 똑같은 일상에 단조로움과 권태를 느끼며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다. 의지를 갖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도 했지만, 이런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여러 번.


막상 퇴근하면 쉬고 싶고, 쉬다 보면 또 눕고 싶고, 누워서 핸드폰 좀 하다 보면 벌써 잘 시간이다. 더 놀고 싶지만 '지금 안 자면 내일 피곤하니까 자야지..'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잠든다. 다음날 일어나면 전날과 같이 출근하고, 퇴근 기다리며 일하다가, 퇴근해서 또 누워있는 하루의 반복. 이런 일상의 굴레에 벗어나고 싶었다. 신데렐라 호박마차와 마법사 할머니처럼 누가 나를 변화시켜 주면 좋을 텐데. 내 의지가 아닌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날 뿅! 하고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멜버른 여행 때 다녀온 국립 도서관. 이런 도서관에서 공부했으면 하버드 갔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가 공부 안한 핑계를 도서관 탓으로 돌리며.


딴소리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변화를 꿈꾸는 이유에는 나의 성장배경도 한 몫한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다.(고3 수능 전날에도 10시에 드라마를 챙겨보고 잤을 정도) 내가 재밌게 본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며 변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주인공들이 입는 옷, 생활 태도 등 모든 것이 바뀌었다.


특히 갑작스럽게, 느닷없이 변화를 마주하고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알고 보니 황태자와 정략결혼해서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거나(드라마 궁 신채경), 점을 찍고 나타나 다른 사람인척 전남편을 유혹하거나(아내의 유혹 민소희), 남장해서 카페에 취업했다가 사랑에 빠지고, 끝내는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러 유학을 떠나거나(커피프린스 고은찬). 이런 주인공들의 서사를 보면서 나도 변하고 싶다는 마음이 켜켜이 쌓였던 거 같다.






드디어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것도 남들 다 하는 결혼 말고 친구랑 둘이 동거하기로! 호박마차와 마법 할머니 말고 새로운 집과 동거인이 나타났다. 우리의 예산에 맞춰 집을 찾다 보니 생각지 못한 동네에 살게 되었다. 그렇게 사는 곳이 달라졌다! 그럼 진짜 내 삶이 변하려나?


이사 온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사는 곳만 바뀌었을 뿐인데 정말 나의 생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퇴근하고 누워있던 내가 이제는 동네탐방이라는 명목으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하면서 어쩐지 내 스타일 거 같은 카페와 식당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졌다. 또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바로 동거인에게 공유한다. 좋은 걸 함께할 친구까지 있으니 나의 보물 찾기는 계속된다!


라떼가 맛있는 카페, 아몬드크로와상이 맛있는 카페를 발견하는 기쁨


산책을 하다 좋은 길을 발견하면 잠시 쉬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이 길에서 러닝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먹는다. 새로운 동네에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단골이 되는 과정도 즐겁다. 앞으로는 카페와 맛집을 넘어 내 취향의 꽃집과 빵집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가고 싶은 곳들을 다음지도에 표시하니 꼭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사는 곳만 바뀌었는데 일상을 다른 감각으로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운동 루틴도 생겼다. 마음에 드는 요가원을 발견한 행운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이사 오기 전에는 헬스장에 다녔는데 이번엔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집 근처 요가원을 찾아서 바로 원데이클래스를 들었는데 고요하게 수련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수준급의 동작을 하시는 선생님과 회원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다니면서 어려운 동작도 척척 해내야지‘라는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며 느낀점은 인간은 역시 환경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자 ‘출퇴근 길에 책 읽는 나, 퇴근하고 요가하는 나‘처럼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이런 새로운 모습들이 무척이나 반갑고 내 안의 다양한 나를 끄집어내고 싶다.(내 안에 나 있다..! 파리의 연인 명대사 아시나요..)


한편으로 사실 나에게 필요했던 건 어떤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디에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잘 살겠다는 나의 마음가짐이 이런 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 같다. 혹시 나와 같이 일상에서 변화를 원한다면 당장 사는 곳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우선은 안 가던 동네와 장소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북동 한성대 입구역에 있는 밀곳간 입니다. 특히 소금빵이 맛있어요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고, 낯선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니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새로운 곳에서 감각에 집중해보기. 거창하게 처음 보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어도, 하다못해 새로운 동네에서 내 취향의 빵집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이후엔 빵 고르듯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에는 또 어딜 갈지, 무엇을 할지 계획하면 된다. 아니면 그냥 그날의 기분에 맞춰 발길 따라 즉흥으로 다녀도 된다! 뭔들~~ 다 좋은 걸.


그런 여정 속에 우연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장소와 시선을 끄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나의 행동을 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이상 호박마차와 마법할머니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근사한 마법 할머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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