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하바나의 강렬한 햇빛은 벌써부터 공코드(Concorde) SS호 갑판을 달구고 있었다. 식수뿐만 아니라 오물 그리고 땀이 뒤범벅되어 벌써 한나절이 지나도록 전투태세인 채로 스페인함선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갑판에서 갑판장은 리암(Liam)에게 소리를 질렀다 " 백상아리 먹이로 던져버리기 전에 저 흑인 놈과 어디 처박혀 있어! 빌어먹을 놈들 " 리암 자신도 그냥 백상 어리 밥으로 던져지는 게 더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었다
데이비스 제독은 바다를 뚫은 만큼 매섭게 스페인함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부관은 함장에게
" 아직 미동 없이 닷을 내린 체 우리 쪽으로 포문을 열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애송이 영사관은 지금 뭘 하는지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데이비스 제독은 긴 항해 중 충치를 방치하여 치통으로 한쪽 얼굴을 찌푸린 체 부관에게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포술사(Gunner, Mate)에게 포를 장전시키게. 운이 좋아 지금까지 온 거야. 포트피셔(Fort Fisher)에서 상어밥이 될 운명이었다고" 하며 눈을 지긋 감는다.
남북전쟁동안 무수히 많은 죽을 각오를 넘긴 선원들은대기만 하는 것에 좀이 쑤셨는지 공격개시 명령에 익숙한 몸놀림으로 각자 위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자유와 행운에 얽매이고 기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페인 함선이 가까워지자 미군들은 검은 깃발을 높이 들었고, 그 옆에는 성조기도 같이 휘날리고 있었다. 검은 기는 무모하고 힘찬 공격을 상대방한테 가하겠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한창 맑았던 하늘은 곧 비라도 쏟을 듯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고, 포수들은 우천 시 전투를 대비하여 캔버스로 된 포신 커버를 들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갑판 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모든 전투구성원들은 그들만의 용기로서 이 전투에서 목숨을 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독은 포트피셔와 같은 화마(火魔)에서도 살아남았듯이 능숙하게 전투준비를 지휘했고 하바나 해안은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되어가고있었다
해는어느덧 낮게 지면서 하늘이 피와 불의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순간 스페인 함선으로부터 함포 한 발이 배의 선미 옆 바다로 위협포격이 시작되었다. 데이비스 제독은 순간 스페인 함선으로부터의 공격이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한 발의 포성과 다시 이어지는 긴 정적은 오히려 병사들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였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은 초저녁, 관측병이 소리쳤다 " 스페인 함선에서 깃발이 올라왔습니다
" F " "O" 두 깃발이 올라왔습니다. 부관은 최근에야 정해진 국제 해사 연락 체계 부호표를 보며 " 함장님. 정전(停戰)입니다. 정전이요! 그 애송이 영사가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군요" 하면서 소리를 친다.
제독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응시를 하고 공코드 SS 선미에서도 "C" "S"라는 깃발이 올려 수락하겠다는 신호를 열심히 신호수가 활기찬 손놀림으로 회답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더니 알폰소 12 세(Alfonso XII)호는 포문을 닫으며 어둠으로 그 거대한 선체를 몰고 사라져 갔다.
데이비스 제독은 바다를 매서운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알고 있는 슬픔의 감정 또한 가슴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선원들에게는 전투태세 해제라는 지시를 내리고 긴장이 풀어졌는지 붉은색 술이 달린 전투모를 벗으며 잠시 땀을 닦았다
" 부관.. 보급관을 통해 선박의 식량은 다 채워졌는가?" " 이 사달이 나서 오늘 예정이었던 식량 선적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다만2-3일 치 포도주와 닭 5-6마리 그리고 어린 돼지 한 마리 정도 남았습니다.
" 그거라도 조리하여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게" 그들은 그것이라도 만찬으로 생각하며 즐길 거야"
"그리고 리암 그리고 프레드릭 두 3 등병은 변장을 시켜 병사들 앞에 노래를 부르게 하게. 아마 그들도 긴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질 것이야"
그렇게 공코드호는 칠흑 같은 어둠과 함께 두 사람의 노랫소리와 함께 잠이 들고 있었다.
5부에서 계속
상기 AI 이미지는 MS Bing AI 또는 구글 GEMINI로 작성했으며 비상업적인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