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와 드라마《뷰티인사이드》를 중심으로
https://youtu.be/dWVPQSD1aHc?si=CnslQIpAdQUV2cS2
2018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뷰티인사이드》는 당대의 트렌드에 맞게 ‘변화’와 ‘자아’라는 모티프를 화장품 광고업계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풀어낸 수작이었다. 주인공 한세계(서현진 분)는 유명 여배우이자 동시에 매달 특정 시기마다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변화’의 인물이다. 겉모습이 정체성을 대변하는 연예계에서 그녀가 겪는 고통과 자기 극복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울림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 즉 ‘K뷰티’의 존재와 그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주인공이 모델로 활동하는 CF 속 브랜드, 제작사 회의 장면에서 오가는 마케팅 전략, 협찬사 간의 치열한 경쟁, 신제품 런칭 전 시장 반응 테스트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실제 K뷰티 업계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화장품이 ‘정체성’과 ‘자기 표현’의 수단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면, 이번 2025년 발간된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문화적 동력 위에 세워진 한국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정교하게 분석한 실사판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로 본 ‘K뷰티’의 문화적 근원
드라마 《뷰티인사이드》는 화장품을 단순한 미용 제품이 아닌 자기 존재의 한 축으로 인식하는 문화적 변화를 배경에 깔고 있다. 주인공이 겪는 ‘얼굴 변화’라는 설정은 사람마다 하루아침에 외모가 바뀔 수 있는 현대사회의 유동성과, 그에 따라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화장을 통해 일종의 ‘나’를 만들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 드라마는 국내 뷰티 브랜드가 어떻게 광고를 만들고, 어떤 감성에 호소하며, 소비자에게 접근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텍스트다. 바로 이 ‘문화’가 K뷰티의 뿌리이자,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소프트 파워의 핵심 요소였다. 즉, K뷰티는 단지 ‘제품력’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감정, 취향, 트렌드, 이야기의 결합체이며, 드라마와 K컬처의 배경이 함께 어우러진 콘텐츠 산업의 일부다.
책으로 본 ‘K뷰티’의 산업적 근거와 글로벌 확장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는 단순한 산업 보고서나 기업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 K뷰티 산업의 역사·구조·경쟁력·기술력·유통망·문화적 확산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분석서이다. 저자는 매경·한경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8년 연속 오른 화장품 산업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 박종대 선생님이시다.
즉, 이 책은 드라마에서 보여진 감성의 층위를, 숫자와 사례, 시장 구조로 풀어내는 일종의 사전과 같은 느낌이다.
책은 총 9장에 걸쳐 K뷰티가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1등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 시작은 단순하지 않다. 2003년 원브랜드숍 붐, 2014년 중국 시장 확대, 2024년 이후 미국·일본 중심의 제3의 글로벌 물결, 이 세 가지가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K뷰티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중국이 한류와 함께 K뷰티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면, 미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는’ 안정된 시장으로서 K뷰티를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와 색조 시장의 부진이라는 틈새를 파고든 전략적 대상이었다.
‘혁신’과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산업 구조
이책은 K뷰티의 강점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제조 경쟁력(ODM), 유통 전략(온라인 중심), 창업가 정신(인디 브랜드의 성공)이다. 특히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분야에서의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품질과 속도로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하청이 아니라 제품 기획과 처방에 대한 지적재산권까지 제공하는 첨단 산업화된 시스템이다.
올리브영,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유통 및 제조 벤더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도 풍부하게 소개된다. 특히 올리브영을 ‘인디 브랜드 사관학교’로 명명하며, 인디 브랜드가 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 매대 경쟁 구조, 매출 피크와 병목 현상 등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대목은 화장품 유통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드라마와 책이 만나는 지점 – ‘한국만이 가능한 화장품 산업’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속 모델과 광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기획자들의 ‘감각적인 일상’은 단지 드라마틱한 장면을 위한 설정이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한국 화장품 산업의 구조를 형성하는 실존 인물들이다. 그들의 일상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감성과 전략을 만들고, 그것이 아시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결고리가 된다.
책은 이를 수치로, 도표로, 트렌드로 해석해준다. 예컨대, “미국에는 화장품 공장이 없다”는 명쾌한 진단을 통해 왜 한국이 ‘세계의 화장품 공장’이 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선크림을 OTC(의약외품)로 분류한 미국의 MoCRA 법 개정이 K뷰티의 진입장벽이 아닌 기회가 되는 이유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화장품 산업을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권하는 필독서
화장품 업계 종사자, 예비 창업자, 뷰티 유튜버, 트렌드 분석가, 문화콘텐츠 기획자, 소비재 산업 투자자 등 다양한 독자층에게 이 책은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 K컬처와 뷰티 산업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산업’이 되는 과정, 그 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가는 궤적을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다.특히 “이 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의 K뷰티 성공 요인과 그 배경을 분석했다”는 저자의 선언은 오늘날 우리가 K뷰티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화장품이 ‘여성 소비자의 일상용품’이라는 단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글을 정리하자면 드라마 《뷰티인사이드》가 사람들의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나’를 되찾는 이야기를 했다면,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는 K뷰티 산업의 겉모습(성공과 화려함) 뒤에 숨은 20년 간의 구조적 변화와 경쟁력 축적의 역사를 풀어낸다.
뷰티 드라마 한 편을 보며 화장품 광고에 눈길이 갔던 당신이, 이제는 그 광고를 만든 브랜드의 공장·벤더·유통·투자 구조까지 이해하게 된다면, 당신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K뷰티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이해자’가 된다.그런 의미에서 『화장품은 한국이 1등입니다』는 단순한 산업 서적이 아니다. K컬처와 K산업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생생한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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