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희망 직업이요? 한량입니다.

by nay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꿈이 뭔가요?'를 묻는다면.


언제부터인가 정확하진 않지만 내 인생의 희망 직업은 한량이다.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한량이라 함은 아래와 같은 뜻을 가졌다.

<용비어천가>에는 한량의 뜻을 풀이해 ‘관직이 없이 한가롭게 사는 사람을 한량이라 속칭한다.’고 하였다조선 초기의 한량은 본래 관직을 가졌다가 그만두고 향촌에서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에는 벼슬도 하지 못하고 학교에도 적(籍)을 두지 못해 아무런 속처(屬處)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 시대에 따라 그 뜻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부유하면서도 직업과 속처가 없는 유한층(遊閑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면 볼수록 탐나는 직업(?) 이다. 돈도 있고 여유도 있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을 것 같지 않은가? 유유자적,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런데 한량이 되려면 어쨋든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아쉽게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원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괴리


현실의 벽은 높으니 적어도 한량의 삶에 좀 더 근접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나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무얼까를 사뭇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드랬다. 그 결과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글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니, 이걸 조합해서 사진과 글이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도 쓰면 좋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한 때는 그런 목적으로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꽤 많은 손님이 드나들었었고, 나름 나를 높게 평가해 준 분의 도움 때문에 사진으로 돈을 버는 일도 했었다.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한 한량짓으로 끝나지 않고 돈벌이와 연결하려면 어떤 분야든지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의지와 욕심만으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또 하나 돌아보고 싶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나는 얼마나 노력을 들였던가이다. 사진이던 글이던 (그리고 그것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다. 공감가는 글과 사진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소질이 조금은 있었을지라도, 그걸 더 발전시키고 남들 보다 뛰어나려면 필요했던 99% 노력을 과연 하긴 했었나? 싶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직장인으로서의 삶. 나쁘지는 않다.

올 해로 입사한지 만 11년. 다른 직장은 다녀본 적도 없고, 대학원 졸업하자 마자 운 좋게 취업해서 이렇게 다니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나의 30대를 다 보낸 것이다. 한 때는 논문도 열심히 써봤고, 제품 출시 전에 필요한 홍보 영상에도 출연해 봤다. 회사 업무라는게 성과를 내는 재미도 있고, 뭔가 없던 것을 만들어 가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즐거움이 있다. 업무의 특성 상 우리 부서는 전면에 나서는 일을 하진 않는다만 다 존재의 이유가 있고 일의 의미가 있다.

반면 조직 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생기는 불가항력적 순간들도 많다. 젊었을 때는 이것도 하나씩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순간이 생긴다. 옆 팀 팀장과 늘 하는 얘기다. 먹기 싫은 술, 가기 싫은 산, 자연인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직장인 '나'로 대답해야 하는 답변들 등등.. 이 또한 직장 생활의 묘미.. 라면 묘미랄까.


다만 불안할 뿐이다.


나도 이제 슬슬 제2의 직장 생활을 준비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언제까지 이 곳에서 지금처럼 자리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을까? 그게 불안하다. 그리고 그 불안에는 내 개인의 삶과 더불어, 나의 가족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더 증폭된다. 지금은 나름대로 잘 나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내 능력을 다 소비하면서 승진의 끝자락에 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능력이 바닥나지 않게 끊임 없이 비우고 채워야 하는데, 아마 최근 열심히 책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의지도 여기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좀 더 희망적인 내 믿음이라면 아직 내 능력이 완전히 고갈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 10년은 더 '조직'에서 생산적인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최근 직장에서 내 멘토인 분이 어디서 들었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20년은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 내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목표와 목적을 갖고 일하는 기간 -, 나머지 10년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그런 삶이 멋지지 않겠냐고. 그래, 지금까지 온 기간만큼 조직에서 더 성장해 보고, 멋지게 사표낸 후에 나머지 10년을 내 의지대로 살아봐야지.


어떻게? 한량으로.